시를 읽는다

시를 읽는다 ㅣ 작가정신 시그림책
박완서 지음, 이성표 그림 / 작가정신 / 2022년 1월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수록된 글 중에서 발췌한 문장이 <시를 읽는다>는 그림책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시와 그림이 합해져 시그림책이 되었네요.

이성표 작가님은 교육자이자 오랜 시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신 분이신데 그림이 참 절묘합니다.

꿈속을 보는 듯한 그림들이 시구와 어우러져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듭니다.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여러분은 언제 "시"를 읽으세요?

저는 정신을 벼리고 싶을 때 "시"를 읽습니다.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서 시를 읽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절로 와닿습니다.

늘 글과 문장들 사이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좋은 문장을 앞에 두고도 그 의미를 상실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늘 들이쉬고 뱉어내기에 당연하게 여기고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글도 마찬가집니다.

그럴 때 시를 읽습니다.

생소한 시어가 주는 느낌들이 나를 깨우고

같은 문장인데도 시 안에서 읽으면 다른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함축적인 문장 앞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시.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글을 읽을 때 보다 더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 시그림책을 펼치면서 문장에 처음 놀라고

그림에 두 번 놀랍니다.

무심코 펼쳐 든 그림책의 시가 가시처럼 정곡을 찌르고, 너무나 편안한 아름다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마치 부유하는 생각을 형상화한 거 같은 그림이 책 사이사이를 떠다니고

단순하지만 날카로운 문장이 곳곳에 숨어 있는 <시를 읽는다>

마지막 문장 앞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

박완서 선생님이 들려주셔서 그런지 그 안타까운 마음마저도 위로가 됩니다...

좋은 건 별말이 필요 없는 것인데

제가 별스럽게 주저리 떠들었네요.

글과 그림이 참 잘 어우러지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