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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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도 아니고 10억도 아니고 무려 '150억' 달러. 그것도 단 한 개에.

다리야에누르. "빛의 바다"

 

 

젠장과 제기랄이 난무하는 라일리 울프 시리즈.

업계(?) 최고의 실력을 자부하는 라일리 울프는 12.5톤 짜리 동상을 훔치는 기교를 보여주며 독자 앞에 등장한다.

그리곤 너무 쉬워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의 실력에 걸맞은 작품 다리야에누르가 눈에 띄기 전까지.

이란의 보물 핑크 다이아몬드 다리야에누르가 뉴욕에 온다는 소식을 접한 울프는 그것을 훔치기로 한다.

화려한 실력을 뽐내며 나타난 라일리 울프를 읽다 보면 정신없고, 유치하고, 삼류소설처럼 읽힌다.

제프 린지의 글이 처음인 나로서는 도대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라고 생각될 즈음 라일리를 추적하는 FBI 요원 델가도를 만나게 된다.

델가도와의 첫 만남도 썩~ 좋지는 않았다. 뭔가 두서없고, 원래 그런 놈이야~ 라는 식의 표현들이 많아서 캐릭터를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강제 주입하는 느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라일리를 통해 본 라일리는 미성숙하고 불안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범죄자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범죄자가 이야기하는 건 자기 자랑뿐일 텐데 거기서 뭔가를 얻으려 했던 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델가도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라일리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좀 더 구색이 갖춰진 이야기였다.

아직은 시리즈의 첫 이야기라서 변죽만 울린 느낌이 든다.

 

라일리 울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항상 승리하는 남자. 어떤 장애물이든 나의 위대함을 입증하는 증거로 삼았던 라일리 울프. 라일리 울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둑. 나는 항상 방법을 찾아냈다. 어김없이.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사람의 마음도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파쿠르 실력자이자, 라일리 울프 법칙대로 살며,

변장술에 능해서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는 라일리 울프.

 

그동안 범인에게까지 심오한 서사를 만들어 준 너무 진지한 스릴러를 많이 읽어서 내가 잠깐 착각했었다.

라일리 울프는 도둑놈이고 살인자일 뿐 뭔가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놈'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렇게 정신없고 두서없이 유치하게 자기를 포장하는 것이 틀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80년대 노래 <그게 라일리야? Is That Mr. Reily?>의 가사에서 유래한 호화롭고 안락한 삶을 가리키는 라일리라는 이름에 울프라는 성을 붙여서 라일리 울프가 된 소년의 꿈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었다.

채워질 수 없는 깨진 독을 채우려는 라일리 울프의 욕망은 끝이 없을 것이다.

 

철통같은 수비를 뚫기 위해 행한 일들은 너무 가볍게 다루어져서 별일 아닌 것처럼 치부되었지만

그건 라일리 울프 자체의 생각일 뿐이고, 독자와 라일리를 마음에 품은 사람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라일리 울프보다는 그를 쫓는 델가도를 응원하게 된다.

그가 라일리를 꼭! 잡아서 엄벌에 처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몇 차례 자존심에 스크래치 박박 나고도 남을 실패를 경험해야 하겠지만.

그걸 읽는 것이 바로 독자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주인공 보다 주인공을 잡으려고 애쓰는 요원을 응원하게 되는 라일리 울프!

잡힐 때까지 끝난 거 아니다!

그러니 오래오래 도망 다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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