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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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할 시간이었다. 제이는 넥타이를 고쳐 맨 다음 관자놀이 부근의 감정 절제 스위치를 켰다.

 

 

협상을 할 때는 관자놀이 부근의 감정 절제 스위치를 켜는 변호사 제이.

미래의 인간에게는 감정을 조절하는 스위치가 허락되나 보다.

편리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협상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은 좋지만 좋은 협상은 바로 그 감정에서 나오는 것인데...

우주의 노사분규는 어떻게 처리가 될까?

 

갑자기 조상님들이 살아 돌아온다면?

제사를 안 지낸다고, 제사를 잘 못 지낸다고 분기탱천한 조상님들이 살아 돌아와 호통을 친다.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지끈거리는 이야기.

이 조상님들 어떻게 물리치나요?

 

내 모습은 내가 욕망하는 대로 변하고, 세계는 내가 말하는 대로 바뀐다!

 

 

인간의 욕망이란 한계가 있는 것일까?

욕망을 충족하면 만족할 거 같지만 충족과 동시에 더 강렬한 욕망을 찾게 되는 것이 인간 본성일까?

내 욕망을 채우고 나면 남의 욕망까지도 넘보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면 그것처럼 무서운 것이 어디 또 있을까?

욕망이 들끓는 지구의 운명은?

 

모두가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다. 아니, 지금을.

 

 

정원과 하나는 어린 은하를 데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살인자의 손에 은하가 죽자 현실을 견디지 못한 하나는 미래로 떠나버린다.

정원에게 따라오지 말라는 쪽지를 남기고.

그것은 진정 따라오지 말라는 것일까, 따라오라는 것일까?

정원은 하나를 쫓아 미래로 떠난다.

몇 백년, 몇 천년, 몇 억년을 쫓아도 하나를 붙잡을 수 없다.

인간의 몸에서 점점 인공지능의 신체로 바꾸고 뇌까지 바꾸었지만 '사랑'에 대한 감정인지 집착인지 모를 것은 지워지지 않는다.

영구히 기억될 뿐.

 

정원이 미래로 점프할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지구의 모습이 섬뜩하다.

이 작가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배경만 우주일 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현실의 문제들이다.

그래서 미래인지 현재인지 잠시 의심해 본다.

미래에서도 인간은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욕망을 불태우며, 착취를 일삼고, 상위 0.01%들이 세상을 독점하는 거 같다.

자원은 고갈되고, 인간 대신 기계들이 싸우고, 인간이 하나도 남지 않는 지구에서조차 기계들은 멈추지 않고 전쟁을 벌인다.

'멈춰'라는 명령을 내릴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싸우는 기계들.

 

억만 년의 시간을 넘어 만난 정원과 하나.

그들이 하나 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우주.

진정 사랑만이 세상의 빛이 되는 걸까?

 

다정한 우주라더니 다정하지 않네. 라고 생각하다가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의 마지막에서 희망이 보인다.

우리의 유크로니아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라는 빤한 결론을 이토록 시간을 들여(억만 년의 미래를 점프하는 정성을 들여) 이야기한 이유는 바로 그 시간에 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정화될 수 있는 현재의 죗값들.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내게로 전해지는 온기는

세상을 온전하게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너의 온기는 곧 나의 온기다.

너에게 받은 다정함을 나 역시 또 다른 너에게 전달해야 하니까.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보낸 시간이 신선하기도 하고, 적절하기도 했다.

한국형 SF는 건조하지 않아서 좋다.

삭막함에도 온기를 남기는 이야기들이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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