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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 문학×커피 더 깊고 진한 일상의 맛
권영민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평점 :
커피의 효능이 알려지고 커피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되자, 커피는 이슬람의 강력한 종교적 보호를 받았다. 아라비아 지역에만 한정해서 커피가 재배되고, 다른 지역으로 커피의 종자가 나가지 못하도록 엄격히 관리되었다.
커피의 원산지 에디오피아 케파.
이곳 염소지기는 염소들이 키 작은 상록수에 열려 있는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하는 걸 보고 직접 따 먹어 본다.
이 열매를 먹자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걸 느낀 염소지기는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커피는 수도생활에 도움을 주는 신비한 열매로 알려지며 수도원을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유럽에 커피가 처음 알려진 건 십자군 전쟁 때다.
그 이후로 유럽으로 커피는 퍼져 나갔고 아라비아 상인들은 모카 지역을 커피 수출항으로 한정하고 커피의 반출을 엄격히 규제했다.
그러나 규제한다고 규제가 되는 것이 어디 있던가!
그럼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커피를 알게 됐을까?
저자가 찾아 본 기록에는 1895년 간행된 유길준의 <서유견문>에 있다.
거기에 처음으로 '가비'라는 말로 소개만 되고 맛, 향에 대한 내용은 없고 서양음식편에 우리나라의 숭늉과 냉수처럼 마신다는 뜻으로 써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알려진 커피 마니아는 바로 고종황제다.
사약 같은 비주얼의 커피에 살짝 뭘 넣어도 모르겠기에 독살 당할 뻔한 일화는 매번 들어도 끔찍하다.
커피 한잔이라는 펄 시스터즈의 노래로 커피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하는 권영민 작가는 <커피 칸타타>를 조수미 버전으로 듣기로 권한다.
커피는 맛도 맛이지만 그 분위기와 결합되었을 때 얻는 시너지를 무시할 수 없다.
장소와 음악과 마주 앉은 사람이 주는 느낌이 오롯이 커피 한잔에 담긴다.
우리의 현대문학 속에 담긴 커피와 커피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밤 풍경이 매혹적인 버클리대학의 카페 스트라다에서 밤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저자는 대학로의 <학림 다방>을 언급하셨지만 대학로에서 쭉~ 자라난 나는 <상파울로>라는 카페가 기억에 남는다.
90년대 그곳은 그 당시에도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의 카페였다.
갖가지 종류의 커피가 메뉴판을 가득 채웠고, 친구들과 나는 갈 때마다 다른 커피 맛을 보는 재미를 누렸다.
지금도 그곳의 분위기가 그립다. 가끔 그곳에 들어서면 그윽하게 나를 홀리던 커피향과 함께 자욱한 담배연기의 맛이 어우러지던 그 향이 코끝에 맴돌 때가 있다. 넓은 평수의 카페여서 수많은 사람들로 웅성웅성거리며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잔상으로 남아있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이든 다 좋다.
이 커피 한잔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 좋은 이유를 찾자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들에 대한 얘기라서 더 좋다.
30~40년대의 커피 문화는 문학 속에서 70년대의 커피 문화는 본인의 경험에서 엿들을 수 있다.
커피 한잔을 읽으면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내가 모르던 시대의 낭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시는 나는
이 책에서 다양한 커피향을 맡았다.
진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마셔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하와이에서 코나 커피의 마지막 단맛을 느껴보고 싶고.
브라질에서 카페지뉴의 진짜 맛을 느껴보고 싶다.
그렇지만 루왁 커피는 사양하겠다!
예전엔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셨고
모카 포트로 뽑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마셨고
그러다가 반자동 머신으로 뽑아 마셨고
그러다 캡슐커피를 마시게 됐다.
점점 기계화되어 버린 나의 커피.
이번에 바꾼 커피 기계가 수명을 다하게 되면 손수 내리는 커피로 바꿀까 한다.
커피 내리는 과정까지도 즐길 줄 아는 것도 커피에 대한 예의니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커피에 대한 추억 여행이었다.
다른 사람의 추억을 빌어다 내 추억을 쌓았다.
알지 못했던 지식과 함께 아련한 향수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 한 잔과 함께 커피 한잔을 읽어 보는 시간을 누려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