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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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서의 구조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다. 성인의 정서 인형 내부에서 뭔가 덜거덕거린다면 그 안에는 상처 입은 어린아이의 정서 인형이 들어 있다.

 

 

1편에서 자신의 의뢰인인 조직 보스 드라간을 명상 살인으로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그 자리를 드라간의 손가락 지문 하나로 차지했던 비요른은 마지막 장면에서 드라간의 최대 적수인 보리스를 자기 차의 트렁크에 태우면서 끝냈다.

그래서 명상 살인 2에서의 비요른을 상당히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5살 아이.

내면아이로 불리는 비요른의 살인 파트너는 어린 시절 상처받은 또 다른 자아였다.

 

비요른과 사샤는 유치원을 인수해서 한 건물에 같이 살면서 사샤는 유치원 원장으로 비요른은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내어 서로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보리스는 그 유치원 지하실의 숨겨진 공간에 감금되어 있다.

사샤와 비요른은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두 사람은 두 조직을 손아귀에 쥐고 조직의 보스들을 안전하게 숨겨놓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양대 조직을 관리하는 중이다.

 

이제 더 이상 폭력과 살인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비요른.

하지만 비요른은 충동적인 화를 자제하지 못하고 휴가길에 알프스에서 자신의 신경을 거스른 산장 종업원에게 복수를 한다.

사소한 가르침을 주려고 했지만 그것은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고 비요른은 또다시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브라이트너는 비요른 안에 숨어 있는 내면아이를 들여다보게 하고 그 내면아이와 공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릴 때 부모에게 학대를 받거나 무시를 당하거나 너무 엄격한 통제를 당한 아이들이 입은 내상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처 안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내면아이다. 유년 시절의 모든 상처를 지닌 내면아이는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덜거덕거림을 멈추려면 내면아이를 치유해야 한다.

 

 

명상 살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특이한 스릴러로 독자들에게 각인되었던 명상 살인.

전편에서 박진감 넘치고 재기 넘쳤던 비요른이 있었다면 2편에서는 내면아이와 공존하기 위해 애쓰는 비요른이 있다.

그러나 반년간 조용히 감춰두었던 보리스는 누군가가 빼내어 감쪽같이 사라진다.

사라진 보리스로 인해 신변에 위협을 느낀 비요른과 사샤는 이야기를 꾸며내고 그로 인해 전혀 상관없을 거 같았던 사람들이 엮이면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는 무는 격으로 이어진다.

하나를 해결하면 그 해결한 것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고, 그 문제마다 내면아이와 비요른이 원하는 바는 다르다.

그것을 조율해가는 과정에 브라이트너의 가르침이 있다.

 

스릴러를 가장한 심리학!

 

어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석해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 명상 살인 2.

그래서 전편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야기 곳곳에 빈정거리는 위트와 시니컬한 비요른의 모습과 세상을 위한다며 온갖 규제를 요구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 앞에서 얄팍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명상 살인 2.

 

당신의 신조는 부모님이 작성한 것이다. 당신이 아직 글씨를 쓰지도 못할 때 일이다. 이제 자랐으니 직접 쓸 수 있다. 당신에게 맞지 않는 신조는 다시 써라.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위의 글이다.

그래서 이 비요른이라는 변호사는 변호사답게 간악하다.

처음엔 호감을 가졌었던 주인공에게서 간악함을 발견하는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주인공에겐 무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 데 비요른에게는 신뢰를 줄 수 없다.

이유는 조직범죄를 변호하는 변호사답게 자신의 욕망을 교묘하게 포장하고 잘 다듬기 때문이다.

내면아이로 자신을 포장한 비요른은 자신이 저지르는 모든 일들과 계획을 어릴 때 상처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살인을 자행한다.

이토록 교묘한 살인자를 봤나!

 

살면서 처음으로 어떤 어른이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보호하려고 앞에 버티고 섰다. 이 얼마나 엄청난 경험인가. 이 행동을 통해 내 내면아이의 상처가 얼마나 많이 치유됐는지 나는 짐작할 수도 없었다.

 

 

이 글이 명상 살인 2를 세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내면아이의 상처가 아무는 상황.

명상 살인 2를 읽으면서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마시지 마라."던 어른들 말씀이 생각난다.

무신경한 어른들의 행동과 말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각인되어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명상 살인 2

 

3편이 남아 있는데

명상 살인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탄생시킨 작가가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진정 궁금하다.

 

명상 살인 3부작은 스릴러 소설이 아니다.

스릴러를 빙자한 심리학 수업이다.

1편에서 스피디하게 독자의 혼을 빼면서 흥미를 유발시켰다면, 2편에서는 심오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3편에서 어떻게 독자들을 진정시키며 마무리할지 카르스텐 두세의 마지막 수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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