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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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다>>

 

일주일 만에 아버지와 아내와 아들을 전염병으로 읽은 토마스.

그는 그 뒤로 거꾸로 걷는다.

뒤통수를 보며 걷던 그의 발걸음은 뒤에서 오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며 걷게 된다.

삶에 대한 반항, 거부, 분노 등의 감정이 뒤로 걷기에 담겼다.

그는 우연히 발견한 율리시스 신부의 일기에 적힌 신부의 마지막 역작이자 기독교의 역사를 바꿀만한 십자고상을 찾기 위해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난다.

 

<<집으로>>

 

에우제비우와 두 명의 마리아.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야기들 속에서 예수의 살해 장면을 찾아내는 마리아는 에우제비우의 아내다.

또 다른 마리아는 여행 가방에 남편의 시체를 담아 온다.

한 명의 마리아는 다리에서 뛰어내렸고, 또 한 명의 마리아는 남편의 몸속으로 봉합되었다.

<<집>>

 

피터는 캐나다 상원 의원이다. 평생을 사랑해온 아내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는다.

피터는 미국의 영장류 연구소를 방문했다가 침팬지 '오도'를 만난다.

그리고 오도와 함께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난다.

 





그들은 왜 모두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났을까?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만만하게 읽다가 그 심오함에 빠져서 허우적댔다.

서로 다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표현할 길이 없는 길이다.

시간을 건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들의 발자국은 서로 겹치게 된다.

 

뒤로 걷기는 어느새 상실의 고통을 위로하는 관습이 되어 버렸고

세상에서 처음 보는 자동차에 희생된 소년은 빛나는 가경자가 되어가는 중이고

율리우스 신분의 조각상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도를 닮았다.

 

다들 마음에 깃발처럼 꽂아 둔 안식처가 있다.

그 안식처의 다른 이름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면 다들 그곳을 찾아 오를 것이다.

어떤 이는 그 여정에서 실수를 하고, 또 어떤 이는 그 여정에서 그동안의 삶을 잊을 것이다.

 

미로 같은 마음이 생겼다.

인연에 대해 이렇게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집을 잃고, 집으로 향하다, 집에 도착한 그들.

상실의 의미를 이야기 내내 경험해야 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상실의 집이다.

그곳을 찾아가면서 겪게 되고, 느끼게 되는 모든 것의 집합장소다.

그래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마음에 담아 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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