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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키스 ㅣ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07/pimg_7368641353221316.png)
야콥 같은 놈은 꼭 잡아내야 한다. 또 다른 여자들의 은행 계좌를 계속 쥐어짜는 데 성공하기 전에 말이다.
전작 #이름없는여자들 에서 맹활약을 펼친 대가로 "대머리 탐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단 소메르달.
그의 본업은 광고 카피라이터로 덴마크에서 각광을 받은 광고계 총아였다.
하지만 그는 번 아웃 증세와 우울증을 함께 겪던 와중에 회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재능을 발견한다.
바로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살인 사건으로 시작을 알리는 유다의 키스.
전편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결혼 사기극으로 중년 여성들의 돈을 가로채는 파렴치한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거기에 사이비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예처럼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도 담아낸다.
결혼 사기극과 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단은 기숙학교에 있는 딸 라우라에게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라우라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결혼 사기극에 휘말려 전 재산을 몽땅 털렸으니 아빠가 설득해서 선생님이 그 사기꾼을 고소하게 해달라고.
사랑하는 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단은 학교로 찾아가 우르술라를 만난다.
그리고 그는 우르술라가 EU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50대의 우르술라는 29살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고 생각 했다.
그와 제2의 인생을 꾸리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의 꿈인 예술가들을 위한 호텔을 열어 여생을 야콥과 함께 하려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야콥이 처리하게끔 변호사 앞에서 서류 작성을 했다.
그들은 이제 부부가 될 것임이 틀림없으니 그녀는 야콥에게 모든 걸 위임했다.
단은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하는 우르술라를 위해 야콥을 찾는 일을 맡는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우르술라와 비슷한 여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야콥이 관계가 있다는 걸 플레밍을 통해 알아낸다.
"단은 독불장군이야."
"플레밍은 그를 배제시킬 수 없어. 만약 그럴 기미를 보이면 단은 플레밍 등 뒤에서 뭔가 위험천만한 일을 감행할 테니까."
"단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플레밍보다 더 뛰어나고 더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려 들 거라는 건 확실해."
재능은 있으나 무모한 단과 성실하지만 예리하지 못한 플레밍.
그 와중에 단은 플레밍과 아내 사이를 의심한다.
오래전 그녀와 플레밍은 사귀던 사이였고, 그 사이에 끼어든 단이 최종 우승자였지만 그들은 친구로 남았다.
하지만 단은 그들의 친밀함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지 못하고 묘한 질투심에 혼자 끙끙 앓는 중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207/pimg_7368641353221295.jpg)
단은 야콥을 찾기 위해 자신의 누나를 미끼로 삼기로 하고, 거미줄을 쳐 놓는데...
과연 야콥은 단의 거미줄에 걸려들까?
잘나가는 광고 기획자인 단은 이제 프리랜서가 되었다.
집에서 회사일을 보는 그에게 들어온 첫 번째 탐정 의뢰.
이제 본격적으로 탐정 노릇을 하게 될 태세를 갖추어가는 단.
조수 벤야민까지 섭외해두고 경찰 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단.
그러나 무모함으로 인해 그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는다.
신은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그를 저주와 유다 역할에서 자유롭게 해주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은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그가 속죄하는 것을 허락해 주기로.
가족의 종교에서 파문 당한 그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그렇게 여기서 훔쳐서 저기에서 좋은 일에 쓰는 일은 그에게 "속죄"를 의미했다.
그의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는 속죄의 문신은 그를 그렇게 위로했다.
코지 미스터리여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다 보면 웃음기와 함께 심각한 사회의 단면을 보게 된다.
그들의 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년의 나이에 아들 또래 젊은 남자의 사랑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그녀들을 탓해야 할까?
돈 많은 중년 여인들의 혼을 빼놓고 그 돈을 가로챈 그를 탓해야 할까?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자식을 사탄으로 만들어 버린 그들을 탓해야 할까?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죄를 죄라 생각하지 않는 그들을 탓해야 할까?
유다의 키스는 가볍게 읽어 가다가 점점 씁쓸해진다.
아나 그루에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위트는 변함없었고,
뭔가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단의 무모함은 전편에 비해 플레밍을 좀 더 사려 깊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얻은 영광의 상처가 다음 편에서 그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왠지 모를 유쾌함이 읽는 내내 감지되는 단 소메르달 시리즈.
다음 편에서는 단 혼자만 간직한 의심증이 사라져서 플레밍에 대한 무모한 도전도 가라앉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