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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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일어나기도 전에 모든 일을 감지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이 참 인상적이었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참으로 서정적이고 참 예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소설에서 나는 이 문장을 만났다.

데니스 존슨의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

제목에서부터 사고를 감지하고 읽는 대도 불구하고 독특한 표현들 때문에 나 자신이 뭔가에 취한 기분이 든다.

마치 육체에서 분리된 영혼이 살짝 위에서 내려다보고 적는 듯한 느낌.

이 책을 추천한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추천 이유를 읽으면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이 또 달라진다.

 

 

이 책의 매력은 알지 못했던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작가와 그의 단편을 추천한 작가의 글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편과 추천사로 글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들이 왜 이 작품에 취했는지, 작품을 읽으면서 어떤 점에 주목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매력이 더 크다.

그래서 독자는 15편의 이야기를 쓴 15명의 작가를 만남과 동시에 그들을 추천한 또 다른 15명의 작가를 만나게 된다.

그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범상치 않은 단편의 느낌들과 함께 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는 재미까지 담긴 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이 윌리엄스의 글은 생경함과 동시에 지독한 현실감을 주었고,

이선 캐닌의 글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결이 다르고,

메리베스 휴즈의 글은 읽는 내내 억압되고 짓눌린 기분이 들었고,

버나드 쿠퍼의 글 앞에서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했으며,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편 속의 단편처럼 쓴 글들은 톡톡 튀듯이 뇌를 자극한다.

 

 

파리 리뷰가 발표한 단편 중에서 선정한 이야기들은 짧아서 더 많은 여운과 상상을 남긴다.

한 권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이 나를 이런저런 세계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평소 알았던 작가의 글보다는 몰랐던 작가의 글들이 더 좋았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니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인 거 같다.

알지 못하는 작가의 글엔 기대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 없음이 기대 이상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 이 책을 더 매력 있게 만든다.

 

 

단편 좋아하시는 분들.

시간이 없지만 소설은 읽고 싶은 분들.

새로운 작가를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게이브, 1978년 1월 13일 금요일인 내일이면 나도 예순여섯 살이 되고, 평생 소설을 써왔지만 어떤 곳에서도 한 글자도 출판해주지 않았어요. <파리 리뷰>에 소설이 실릴 수만 있다면 내 왼손 새끼손가락을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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