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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스트넛맨
쇠렌 스바이스트루프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덴마크 스릴러 한 편이 가을과 함께 밤나무를 소재로 찾아왔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도 상영중이죠.
표지의 밤 인형이 독특하면서도 소름 끼치며 서늘해 보입니다.
인트로에서 독자는 범인을 알게 됩니다.
1989년 10월 31일 화요일에 벌어진 끔찍한 참사에서 독자는 범인을 마주하죠.
그리고 이어지는 10월의 살인 행각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여자들이 하나 둘 살해됩니다. 살아있을 때 손목이 절단되는 고통을 겪고 수없이 얻어 맞고 눈이 파인 채로 말이죠.
그리고 그 현장엔 범인의 흔적이 없습니다. 딱! 하나 있는데 밤으로 만든 인형입니다.
마치 유혹하듯, 수수께끼처럼 살인 현장에 놓인 밤 인형. 살인자의 표식이자 유일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밤 인형엔 1년 전 납치된 후 실종된 사회부 장관의 딸 크리스티네의 지문이 묻어 있습니다.
크리스티네의 사건은 범인이 자백을 해서 이미 종결된 사건이지만 시신을 찾지는 못했죠.
우리는 1989년에 일어난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범인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범인을 알 길이 없죠.
독자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매력!
딸 레를 혼자 키우는 형사 툴린.
컴퓨터 전공인 그녀는 강력반에서 새로 신설되는 사이버 수사대로 전근하기 위해 반장의 추천서를 원한다.
하지만 반장은 자신의 부서가 축소되고, 그나마 실력 있는 인재를 사이버 수사대로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유로폴에서 징계를 받고 좌천되어 잠시 머물게 된 헤스를 그녀에게 파트너로 붙인다.
그리고 첫 번째 사건이 터진다.
이 일에 매진하는 두 형사는 사실 사건보다는 자신들의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툴린은 딸아이와의 시간을 더 갖기 위해 전근하기를 갈망하고 헤스는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떠돌이 인생을 택했다.
그런 그들 앞에 끔찍한 연쇄 살인이 펼쳐지고, 1년 전 실종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헤스의 생각을 모두 부정한다.
하지만 툴린은 처음엔 미덥지 않았던 헤스에게서 다른 점을 발견하고 헤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보란 듯이 뒤통수를 맞는다.
결국 그들은 의기양양한 반장의 주도하에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범인의 모든 흔적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이야기가 단순한 살인사건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뻔한 스릴러가 되었겠지만
살인사건을 통해서 아동학대와 사회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이야기하기에 뻔한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의 거짓말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역량을 다해 사회복지에 힘쓰는 로사 하르퉁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인간의 또 다른 속성을 보게 된다.
비극의 씨앗은 그녀의 거짓말에서 싹이 텄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범인과 만나게 되는 충격!>>
진짜 범인을 알아채는 순간 경악하게 되는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 이 스릴러는
여러 번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드라마와 병행해서 읽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 책보다 더 리얼하게 다가왔다.(배우가 연기를 잘해서인가?)
드라마는 원작에 거의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더 체스트넛맨 원작 소설에 담긴 인물들의 생각들과 심리와 디테일한 부분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
더 체스트넛맨.
이 이야기엔 사회문제와 살인사건과 반전과 로맨스가 함께 담겨있다.
그러나 치우치지 않고, 질척이지 않아서 색다른 매력을 준다.
이 이야기가 영미소설이었다면 어떻게든 삽입되었을 로맨스 부분이 과감하게 생략되었지만
묘한 여지를 남겨두어서 왠지 다음 편이 있을 거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헤스와 툴린의 캐미가 좋아서 두 사람의 발전된 이야기와 함께 시리즈로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줄이 천장에 계속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더 체스트넛맨의 분위기를 잘 짚어낸 문장이다.
그 줄을 타고 올라가서 조종자를 찾아내는 헤스의 '촉'
편한 삶을 바라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촉'이 누구보다 감각적인 툴린.
두 사람의 끈질김이 오래 자행되어 온 '살인의 행각'을 멈출 수 있었다.
이제 밤 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를 보며 가을을 느끼기는 글렀다.
그 밤송이들을 보며 나는 이 체스트넛맨을 떠올릴 테니..
체스트넛맨 어서 들어와요, 체스트넛맨 어서 들어와요.....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체스트넛맨의 반전 매력에 빠져보세요.
가을이 더 새롭게 느껴지실 겁니다.
덴마크 스릴러의 첫 맛이 매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