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친구 웅진 세계그림책 216
샬롯 졸로토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겐 갈색 머리 친구가 있었다.

더없이 소중한...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함께 놀았다.

첨벙첨벙 개울을 지나고, 들꽃을 가지고 놀고, 노래를 부르고, 빗소리를 듣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갈색 머리 친구의 옆엔 다른 아이가 있었다.

갈색 머리 친구는 나와 하던 놀이를 다른 아이와 하고 있었다...

 

 

인간관계란 어디에서 어긋나고 어디에서 닿는 건지 이 나이에도 아직 모르겠다.

<<안녕, 내 친구>>라는 제목의 책을 펼쳐 읽기 전에는 '안녕'의 의미가 친구에게 하는 인사의 의미로만 해석됐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안녕'은 작별의 뜻이 되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안녕'은 또 다른 인연이 되었다.

 

나는 친구를 잃은 이 아이가 어떻게 혼자 상처를 이겨낼지 궁금했고

이겨내지 못하고 아파하면 어쩌나 걱정했으며

이 아이의 이 상처가 나중에 다 자라 어른이 되어도 극복하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되면 어쩌나 하는 기우에 젖었다.(범죄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생긴 여파다.)

 

형제들이 많았던 옛날에는 이런 고민은 필요가 없는 얘기였을 거다.

성격이 다른 형제들 틈에서 이리저리 패를 가르다 보면 어제의 편이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편이 된다는 걸 자연스레 습득하기 때문이다.

외동은 그래서 외롭다.

형제들 틈에서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인간관계를 친구와 주변인의 관계를 통해서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외롭고, 고통스럽고, 서럽다.

 

안녕, 내 친구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자랄 때 자연스레 익혀가는 관계의 법칙을

요즘 아이들은 책을 통해서 학습해야 하는 구나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참 고마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 그때쯤이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거예요!

 

 

갈색 머리 친구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듯

나에게도 새로운 친구가 생길 거고,

갈색 머리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았듯이

나 역시 새로운 친구와 놀 테니

그때쯤이면 지금의 이 상실감은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는 마음이 예쁘다.

 

멋도 모르고 책을 받고 마지막 페이지의 저 글을 읽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책을 읽기 전에 저 글은 내게 친한 친구를 잃는(죽음을 생각했다.) 상처를 극복하는 의미로 읽혀서 너무 어두운 동화인데.. 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친구를 잃는 이야기지만 그 결이 다르기에 역시 책과 한국말은 끝까지 읽고 들어봐야 한다는 진실을 또 한 번 각인했다.

 

어른의 인간관계에서도 이 이야기는 좋은 교훈을 준다.

관계에 연연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게 된다.

그러니 나는 이 아이의 쿨함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자.

 

짧은 이야기는 짧아서 더 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을 나눌 꼬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생각은 늘 어른들의 생각을 넘어서니까.

나에겐 어린 스승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