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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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까닭은 결코 다시 살 수 없는 삶을 잠시 멈춰놓고, 인생의 축소판 같은 여행으로 예행연습을 해보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친구들끼리는 일정 나이를 기념하기 위해 여행계를 들기도 한다.

저자는 50에 찾아온 갱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앞으로의 10년을 잘 보내고 환갑 여행을 하기 위해 친구들과 계획을 세운다.

셋이서 떠나기로 한 여행은 우여곡절 끝에 58세에 둘이서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이탈리아로...

 

이금이 작가는 동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이 여행 에세이는 천진난만한 글체로 읽혀서 여행의 순수한 기쁨과 열정이 고스란히 읽는 이에게 전해진다.

밀라노에서 첫 여행을 시작하려던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무슨 여행이든 아무리 계획을 철저히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우울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 큰언니들의 마음가짐이다.

 

금과 진

두 사람의 이탈리아 여행은 평탄한 듯 평탄하지 않았고, 계획한 듯 계획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35일간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읽고 있자면 숨 쉴 틈이 없다.

이탈리아에 가본 적도 없는데 이미 다 둘러본 거 같다.

 

마치 언니가 여행 다녀와서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땠고, 거기는 그랬고, 여기는 이랬어~라고 수다를 떨어주는 거 같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 않는 길'을 품은 채 살아간다. 기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은 실패한 길이 아니다. 부서지고 무너진 채로도 무대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타오르미나 극장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여행가의 멋스러운 여행기는 아니다.

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아직 덜 자란 마음을 품고 사는 작가님의 마음으로 본 이탈리아는 가깝고 다정하고, 아름답고, 멋스럽고, 감춰둔 이야기가 많은 곳이었다.

그래서 같이 웃고, 같이 조마조마하고, 같이 안타까워하고, 같이 뿌듯해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아무리 오래된 친구라 해도

같이 여행을 한다는 건 쉽다가도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짧은 여정이 아닌 한 달이 넘는 여정이라면.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서로에게 터놓는 것이다.

 

마흔을 지나면서 오십 되면 기념 여행을 가자며 여행경비를 모으자고 한 친구들도 생각나고

친구랑 여행 갔다가 맘 상해서 한동안 삐걱거렸던 기억도 떠오르고

서로 다른 성향의 여행 감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바심쳤던 기억도 떠올랐다.

한쪽은 다 못 보더라도 천천히 감상하려 했고, 한 쪽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했었다.

이 큰언니들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읽으며 나도 다시 예전 친구와의 여행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고, 반성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기도 좋았지만 뒤에 있는 에필로그가 참 좋았다.

그야말로 몸소 겪은 여행에 대한 알토란 같은 체험의 결과가 담겨 있기에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후 달라진 모습들에게 여행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물론 이것은 연륜이 남긴 흔적이니 섣불리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으련다.

다만 나도 환갑 전에 여행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장거리 여행을 오랜 시간 다녀오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서로를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될 테고, 그렇게 영글어 버린 우정은 죽을 때까지 서로의 의지가 될 테니...

 

페르마타는 이탈리아 말로 '정류장', '잠시 멈추다'라는 뜻과 '길게 늘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잠시 멈춤을 길게 늘이게 되는 것. 여행.

여행은 일상을 잠시 멈추는 것이고,

여행의 추억은 인생 내내 되새김질하면서 그때의 즐거움을 길게 늘이게 되는 것이니

페르마타 이탈리아라는 제목은 그녀들의 추억이 길게 늘어나리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여행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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