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전통이라고 기억하는 것들은 대개가 가장 가까운 과거인 조선 후기의 것이라는 점이다. 전통에 대해서는 언제나 유연한 태도로 볼 필요가 있다.

 

30년간 건축 역사학에 몸담은 전봉희 교수는 이 책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건축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부터 조금은 깊이 있는 내용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를 엮은 것은

인문교양 차원에서 건축의 역사에 대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독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건축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도 거의 다루는 곳이 없기에 이런 교양서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가명강은 이런 부분들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이나 옷같이 건축에도 누구나 의견을 말하고, 다양한 비평이 쏟아지고, 아마추어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비용이 좀 크다는 것이 차이일 뿐, 음식과 옷과 건축은 모두 일상적인 필수품이고, 또 구조도 있어야 하고, 기능도 있어야 하고, 아름다움도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다 똑같다.

 

 

모든 건축에는 저마다의 표정이 있고, 당대의 사회상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한옥이 점점 사라져가는 도시에서 살아온 나는 국적불명의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것을 지금도 보고 있는 중이다.

한옥은 전통 가옥으로 거의 보존지구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관광지의 개발로 인해 한옥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70년대 이후 거의 주거지로 자리 잡은 아파트 역시 계속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해 우리의 건축은 고유성을 제대로 이어오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연을 품고, 자연과 어우러지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개방적인 건축물에서 모든 것들을 차단한 성냥갑 같은 아파트의 건재함은 사람들 사이에 벽을 세우고 공동체에서 개인주의로 사회를 변화 시켰다고 생각했다.

이것 역시 산업화의 병폐이기도 하지만 현재 2030의 건축에 대한 인식은 이전 세대와는 많이 달라진 거 같다.

그래서 미래의 건축에 희망이 보인다.

 

한류가 전 세계에 붐을 이루고 있는 이 시기에 저자는 한국의 건축에도 한류의 기회가 오리라고 예견한다.

사실 외국 사돈들께서 한국 다니러 오셨을 때 온돌의 '맛'을 보시고는 그것을 못 잊어서 자신의 집을 개조하신 경우도 있어서

우리의 온돌 문화는 앞으로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우리의 고유의 목조 건축의 특성과 우리의 고유한 난방 방식인 온돌을 재해석해서 현대에 접목한다면 우리 건축이 세계 건축 문명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대게 우리 문화권에서 건축은 '토목'과 짝을 지어 등장하며 종종 '건설'로 묶인다.

한편 서구의 경우 건축은 '예술'과 함께 등장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업자 편의에 의해 지어지기 일쑤다.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의견은 1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똑같은 소재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지어진 집들에서 안식을 찾는다는 게 어쩜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빠르고 바쁘게 살아온 세월 동안 우리는 주거지에 대한 생각을 거의 비우고 살아온 거 같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집은 그저 잠자는 곳으로 치부하고 말았던 거 같다.

현재 도심에 지어지는 집들은 서로 다닥다닥 붙어서 창문을 열기도 민망한 수준들의 집들이 많다.

그러한 공간에서의 삶은 스스로를 가리고, 움츠리고, 홀로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건축은 좀 여유 있고, 개방적인 구조로 변화되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은

우리의 지나간 건축사와 함께 미래의 건축사를 어떻게 이어갈지를 이야기해 준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건축사를 알기 쉽게 읽을 수 있으며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적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 시켜 줄 수 있는 책이다.



 

* 21세기북스에서 협찬을 받았지만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