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정은 민심이 가는 방향을 따른다. 자유는 서류 더미와 적법성 싸움이 아니라 대중의 반응에 따라 주어질 것이다.

 

 

지반, 러블리, 체육 선생.

이 세 사람의 입장에서 이어져 가는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다.

가슴 가득 감동을 받을 준비를 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작가가 주는 반전은 뻔뻔하고 무심한 현실이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극빈자 가정에서 자란 지반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싶고, 중산층이 되는 것이 꿈이다.

어느 날 인근 기차역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구경을 나갔다 온 지반은 흥분한 마음을 페이스북에 담았다.

아비규환의 기차역에서 불길에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보고 도망친 지반은 아무 곳에 자신의 마음을 덜어내고 싶었던 거다.

SNS 팔로워도 몇 명 없는 지반이었지만 자신이 쓴 몇 줄의 글이 그녀의 인생을 빼앗아 갈지를 그때는 몰랐다...

 

이 세상에서는 모두가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법을 안다. 그래서 나도 되갚아주는 법을 배웠다.

 

 

히즈라인 러블리는 언젠간 유명한 연예인이 되리라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는 지반에게 영어를 배웠다. 미래를 위해.

그리고 연기 연습을 찍은 동영상이 SNS를 통해 인기를 얻으며 꿈에 그리던 스타의 대열에 서게 된다.

 

그는 무엇을 위해 법정을 출석하며 진실을 위조해왔던가? 무엇을 위해 자비를 비는 남자, 소고기 먹는 자의 유령을 잠자기 직전 떠안게 되었는가?

 

 

체육 선생은 지반을 가르쳤다.

그녀에게 자신의 도시락을 나눠주면서 그녀가 운동으로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반은 그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졸업시험을 치른 후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지반이 테러리스트라는 소식을 뉴스에서 듣는다.

 

세 사람은 각자의 꿈이 있었다.

모두 중산층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다.

한 사람은 지반을 위해 사실을 말했고, 한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위해 사실과 사심을 섞어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각자의 선택대로 지반을 잊었다.

 

인도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종교적 상황이 세 사람과 맞물리며 불편하고 답답한 상황을 이어간다.

정의는 약에 쓰려 해도 없을 거 같은 상황들이 정치와 언론을 끼고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보는 마음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리고 슬프지만 이해되는 사람들의 현실과 선택들 앞에서 마음이 자꾸만 오그라든다.

 

나는

러블리와 체육 선생과 뭐가 다른가?

 

다를 것이 없다...

 

지반이 부잣집 딸이었다면 그녀의 한 마디는 사회적 이슈가 되어 정부의 무능함을 다그쳤을 것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

콜카타의 세 사람.

 

대중은 피를 원한다.

언론은 죽음을 원한다.

내 주변의 모두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대중이 그녀를 죽이는 거라고.

 

 

SNS는 누군가에서 성공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희생양의 불씨를 당겨주었다.

정의를 위한 선택의 기로에서 정의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임을 이 이야기를 통해 또 깨닫게 되었다.

 

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가기 보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리뷰를 쓰는 동안 오히려 이런 구성이었기에 각자의 입장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정치와 언론은 그들이 경계하고 적으로 간주하는 테러리스트들과 한치의 어긋남 없이 같은 부류였다.

이들에게 휩쓸리는 눈먼 여론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였다.

 

장막 너머의 진실을 보는 눈을 죽을 때까지 계속 단련해야겠다...

 

나는 삶으로 부터 배운다.

 

 

나는 삶을 이야기로 부터 배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