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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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몇 번이나 든 생각이었지만, 이사가 우리 가족에게 어떤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까 불안해졌다. 지금까지는 윌이 말했던 산뜻한 새 출발과는 분명 달랐다.

 

 

대도시 시카고에 살다가 인구 1000명의 섬으로 이사를 온 세이디네 가족.

세이디는 이곳에 오는 걸 반대했지만 모든 상황이 이곳으로 오게끔 만들었다.

겨울 잿빛이 만연한 섬. 그 언덕 위의 집.

자살한 시누이는 그 집과 조카딸 이모젠을 남동생에게 남겼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적막한 이곳에서 온몸으로 그들을 거부하는 이모젠의 어두운 모습은 막 도착한 세이디의 마음을 할퀴어 놓는다.

 

여름 한때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동안을 제외하고는 조용하기 그지없는 섬.

섬이란 자체가 고립을 뜻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곳에서 세이디는 하나밖에 없는 진료소에서 의사로 근무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아들 오토와 자신의 실수는 아니었지만 자기가 맡아야 하는 수술을 맡지 않음으로써 대신 수술을 한 레지던트의 실수로 환자가 죽게 되자 세이디는 병원 응급실을 그만둔 터였다. 게다가 윌의 외도로 인해 그들의 가정은 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았던 그들은 최선의 선택지로 윌의 누나가 남겨준 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적응하기는 힘들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낯선 날씨.

직장이건 이웃이건 모두 세이디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이모젠은 극도의 반항을 하는 중이고 아들 오토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윌은 육아와 살림을 책임지면서 학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그러던 중 이웃 중 한 명인 모건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잘한 범죄는 있었어도 살인은 없었던 이 섬에 세이디네가 이사 오자마자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세이디는 경찰이 자신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상황일까?

 

이 이야기의 화자는 4명이다.

세이디, 카밀, 마우스, 윌.

카밀은 세이디가 윌을 만나기 전 윌을 먼저 만난 사이지만 세이디에게 윌을 빼앗기고 그녀를 질투하며 윌의 주변을 맴돈다.

마우스는 어린 소녀로 어느 날 새엄마가 나타나면서 인생이 꼬인다.

 

세 여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물론 어느 정도 읽게 되면 트릭을 알게 되고, 그래서 쉽게 단정하게 된다. 범인을.

그러다가 뒤통수 맞게 되는 것이 이 이야기의 매력이다.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어디를 가든 불행이 쫓아오는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불행을 키우는 건 세이디가 아닐까.

늘 불안불안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세이디가 답답하고

너무 나대는 카밀은 뻔뻔해서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고

마우스는 너무 가엽다가도 이 아이가 새엄마를 죽이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앞선다.

윌은 자신의 외도를 용서받기 위해 애쓰는 중이지만 그게 그리 오래갈 거 같지는 않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다.

결혼으로 묶여서 가족을 이루어도 부부는 무촌이다.

내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자식이라도 다 알 수 없고,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부모라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이웃은 말해 뭐 하겠는가.

 

누군가 내 가정을 파괴하려 하고, 촘촘하게 그물을 치고 조금씩 그 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사람 안에 수많은 나도 모르는 내가 존재하고 그것은 저마다 모습을 바꾸어 나를 만들어 낸다.

그저 범죄 소설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묘한 감상이 남는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의 학대는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가 어떻게 진화되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극복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 <극복> 이란 것도 여러 단계의 과정이 있는 법이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되고, 행복해질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지켜주지 못할 바에는 아이들 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 옳은 거 같다.

 

사랑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마음이 남긴 미래의 일들은 누구의 책임일까?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도 결코 그 책임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시간이 미움받는 것들을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탈바꿈시켜 준다면, 그건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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