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테임드 - 나는 길들지 않겠다 뒤란에서 에세이 읽기 2
글레넌 도일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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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것이 아닌 삶을 내 삶으로 여기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길들여진 대로가 아니라 자유로운 여자로서 내 영혼으로부터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이야기는 야생성을 잊은 철창 안의 치타 이야기로 시작한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사육사에게 길들여진 치타.

사람들 앞에서 재롱 떨 듯 야생성 비슷한 흉내를 내고는 철창 안으로 들어가서 마치 그곳이 내 집인 것처럼 순응해버리는 치타.

그 모습에서 자신을 본 글레넌은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

 

세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은 바람을 피웠다.

부부관계를 개선해보기 위해 심리 상담을 받았지만 글레넌은 도저히 남편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상담사에게 남편과의 섹스가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솔직한 이야기에 대한 답은 '구강성교'를 하라는 것이었다.

글레넌은 결혼생활 내내 불성실했던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각종 중독 문제도 가지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뭔가 자꾸 불편했다.

아마도 내가 이 글들에서 나 자신의 억압된 모습을 보게 되어서 그랬던 거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알게 모르게 지워진 사회적 규율들은 여자이던 남자이던 굴레가 되어 온몸에 동여매어진다.

마치 야생은 구경도 못한 채로 야생을 흉내 내야 하는 동물원 치타처럼.

 

 

이 글은 한 사람이 이런저런 사회적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감당하고, 싸우고, 이겨내고, 쟁취한 이야기다.

짤막한 에세이들로 이루어진 소설 한 편이다.

 

책을 읽기 전 수많은 찬사가 담긴 리뷰들을 먼저 접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인사들의 아낌없는 칭찬이 이 책에 쏟아졌다.

도대체 뭐길래?

 

책을 읽으며 내가 이런저런 굴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그 굴레를 벗어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여자이기에 감당해야 하고, 치러야 하고, 책임 지워지고, 참아내야 하는 것들의 부당함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나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라는 생각이 내 안에 있었거나, 어쩜 내가 뭔지도 모른 채로 그렇게 살아지도록 강요받는 것을 당연시 해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국 여자들에게 <아줌마>라는 단계가 생성된 것이 바로 글레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도 엄마도 아닌 아줌마.

이 단어가 가진 강렬하고 강력한 힘은 알게 모르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자들이 자신의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이 관습적인 사회에서 그나마 숨통을 트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 어떤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되어가는 단계가 <아줌마>가 아닐까.

어디에도 없는 <아줌마>는 우리 조상들이 일구어낸 본래의 야생성이 아닐까.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누군가가 주입시킨 모습이 아닌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자는 글레넌의 이야기는

우리 여성들에게 필요한 지침서 같다.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낸 굴레에서 벗어나도 된다.

여자니까. 여자라서. 여자는.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서

사람이니까. 사람이라서. 사람은. 으로 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여자> 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여자이든, 여자가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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