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그 어떤 이야기 보다 더 특별한 이야기.>

 

 

"수사 속도를 높여야겠어. 피해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으니, 이를 막으려면 앞질러 가는 수밖에. 자네가 미래 세계로 가줘야겠어.

 

 

시간여행자 수사관 섀넌 모스.

미래 세계에서 종말을 일으키는 터미너스로 인해 죽음 직전에 구출된 섀넌은 그 후유증으로 다리 하나를 잃는다.

그런 그녀에게 사건 현장에 참여하라는 전화가 온다.

NCIS 소속인 섀넌은 해군 가족이 몰살당한 현장에 도착한다.

그 현장은 그녀의 절친이었던 코트니가 살던 집이었다.

 

십 대 때 살해당한 코트니와의 추억이 가득한 집은 두 아이와 엄마가 참혹하게 살해된 살육의 현장이었다.

사라진 큰 딸과 그 집에 가장인 패트릭 머설트는 사라진 우주선 <리브라>호의 선원이었다.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터미너스.

시간 여행 중에 사라진 <리브라>호.

그러나 <리브라>호의 선원들은 굳건한 대지에 어떻게 돌아왔을까?

풀리지 않는 사건의 실마리를 위해 상관 오코너는 섀넌을 미래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전함이 목격하는 미래 세계란 현재 조건에 기인하는 가능 세계이며, 달리 말하면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세계에 불과하다.

 

 

시간 여행자가 방문하는 미래는 시간의 갈래상 여러 줄기 중에 하나로 시간 여행자가 방문하고 있는 그 시기에만 생성되는 세계다.

따라서 시간 여행자가 떠나면 그 세계는 사라지고 만다.

그것을 아는 미래 세계 사람들은 시간 여행자를 발견하면 자신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간 여행자를 붙잡아 두기도 한다.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떠난 섀넌은 미래에서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코트니의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머설트와 불륜 관계였던 니콜을 찾아 그녀가 말하지 않은 머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몇 달 동안 공을 들인 섀넌은 드디어 니콜에게서 진실을 듣게 되는데...

 

나는 앞으로 어떤 테러가 여전히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그것이 굳건한 대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추적하러 떠난다. 그래야 하일데크루거가 이 굳건한 대지에서 무슨 일을 벌일 계획인지 예측할 수 있고, 막을 수 있다.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SF 소설의 단골 소재이지만 그 빤한 이야기를 이렇게 색다르게 만들어 낸 작가의 세계관이 경이롭다.

굳건한 대지는 현재이고 미래에서 몇 달이나 몇 년을 살다 오든 현재의 시간은 멈춰있다.

하지만 시간 여행자는 미래의 세계에 머물다 온 만큼 나이를 먹는다.

현재의 시간에서 섀넌은 점점 늙어가고, 미래의 세계에서는 세월을 먹지 않은 젊음을 가졌다.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은 그녀의 달라진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래의 그들은 그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돌아온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어떤 세상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섀넌.

그녀가 미래를 다녀올 때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지구의 멸망.

결국 굳건한 대지 현재까지 터미너스가 따라오고 섀넌은 그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한다.

과연 그녀는 이 지구의 멸망을 막을 수 있을까?

 

나는 하나의 웜홀을 항해했다. 각각의 웜홀은 별개의 미래 세계로 향하는 다중우주로 이어지는 터널이다. <그레이 도브>호가 사납게 요동치는 수많은 갈래의 거품 속에서 어떤 웜홀로 나올지는 오로지 우연의 문제였다.

 

 

머릿속에서 모든 장면들이 저절로 재생되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갈수록 전 세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영광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뜻은 같았지만 자기희생은 하고 싶지 않았던 하일데크루거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다.

지구의 멸망을 구원하기 위해.

하지만 섀넌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면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이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자, 섀넌, 일어나. 다른 사람이라면 그만뒀겠지만 넌 할 수 있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섀넌의 말이 힘겹지만 포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한다.

눈앞에 닥친 지구 멸망 앞에서도 나는 그녀가 해낼 거라는 걸 안다.

지구는 섀넌이 있기에 멸망하지 않을 거라는걸.

 

고독한 수사관이자 어느 세계에서도 이방인이 되었던 섀넌 모스.

사라진 세계로 사라진 섀넌 모스.

그리고 무한하게 이어지는 시간의 갈래들.

우리는 그 어느 갈래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섀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어떤 삶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집념으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 어느 한 가닥의 시간에서만이라도 섀넌이 평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이야기의 강렬함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점점 커져만 간다.

영화보다는 이야기로만 남아서 자꾸 곱씹어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이야기에 굶주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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