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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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신작 4편이 담긴 <피가 흐르는 곳에>

4편의 이야기 모두 은근한 광기와 오싹함과 믿지 못할 세계를 담았다.

 

 

 

나는 그날 그렇게 안아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만약 그날 엄마처럼 나를 안아준 사람이 있었다면 많은 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적한 할로 마을에 갑부인 해리건씨가 은퇴하고 여생을 보내기 위해 이사를 온다.

해리건씨는 크레이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하고 그에게 기념일들마다 복권이 담긴 카드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리건씨가 보내준 복권에 3000달러가 당첨된 크레이그는 그에게 아이폰을 선물한다.

모든 신문물을 경계하던 해리건씨는 의외로 아이폰에 관심을 가지고 애용하게 된다.

노환으로 죽은 해리건씨의 장례식에서 크레이그는 몰래 아이폰을 관속에 넣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 못 할 일들이 생겼을 때 해리건씨에게 전화를 건다.

 

 

환상특급 같은 이야기인데 생각할수록 뭔가 오싹한 분위기가 스멀스멀 퍼지는 이야기다.

해리건씨의 영혼이 크레이그의 고민들 때문에 영면에 들지 못했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아무에게도 관심 없을 거 같았던 갑부 해리건씨는 사실 세심하게 자기 사람들을 돌봐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묘한 반전으로 남는다.

 

 

 

39년 동안의 근사했던 시간! 고마웠어요. 척!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구.

인터넷은 끊긴지 오래고 갑자기 싱크홀이 생겨나고, 연료도 바닥나고, 전기도 언제 끊길지 모르고

식량도 곧 그렇게 될 처지에 놓은 지구.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고마웠어요. 척! 이라는 문구는 온 세상을 도배한다.

그러나 그 '척'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누구일까?

 

 

빅토리아풍 주택의 다락방에 숨겨져 있는 건 시간 터널일까?

가까운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공간.

그 미래를 본 사람은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가 그 미래를 바꾸려고 했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4편의 이야기 중에 가장 아리까리했던 작품.

 

 

 

"이제는 비행접시에서부터 킬러 광대에 이르기까지 뭐든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2의 세계가 실제로 있거든요. 그게 존재하는 이유도 사람들이 믿지 않기 때문이에요."

 

 

피가 흐르는 곳에.

전작 <아웃사이더>를 읽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이야기에서 만났던 비슷한 존재를 또다시 느낀 홀리.

절대 악.

사람들의 고통과 공포를 먹고사는 그것.

언제나 재난의 현장에 젤 먼저 달려와 피 맛과 공포와 고통을 흡수하는 그것이 이제는 스스로 재난을 일으키고 있었다.

홀리는 홀로 그것을 추적하고, 홀리와 마찬가지로 평생 그것을 추적하며 살아온 90 넘은 노 형사는 집념의 기록물을 홀리에게 넘긴다.

그것과 담판을 지으려는 홀리의 계획은 무사히 진행될까?

홀리는 아끼는 사람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그 절대 악을 해치울 수 있을까?

 

 

빌 호지스 시리즈에서 파생된 홀리 기브니는 그래서인지 평범한 사건들보다는 뭔가 초자연적인 사건들이 따라오는 모양이다.

4편 중 가장 긴 이야기 피가 흐르는 곳에.

홀리의 곁엔 호지스가 늘 함께 하는 거 같고, 항상 형사들이 그녀를 도우며 똑똑하고 다정한 제롬까지 홀리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어서 기쁘다.

호지스 씨가 그리웠는데 피가 흐르는 곳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어서 더 아련해진다.

스티븐 아저씨~ 호지스 씨를 그렇게 보내시면 안 되는 거였어요... 아쉬우셔서 자꾸 이름이라도 등장시키시는 거죠?

 

 

 

뭐 어때? 드류는 생각했다. 그냥 가상의 질문이잖아. 그것도 꿈속에서 듣고 있는.

"그렇다면 제안을 받아들이고 소원을 빌겠어." 드류는 말했다.

 

 

대가를 치르는 소원은 함부로 빌면 안 된다.

당신은 그 죄책감을 죽어서도 짊어지고 갈 테니.

그것이 곧 죽을 사람의 목숨이라도...

 

 

단편으로만 살았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족적은 남기고 싶었던 드류 교수님.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라 장편을 써보겠다고 아버지의 오두막으로 떠난 그는 폭풍우를 만난다.

그리고 그날 거의 죽어가는 쥐 한 마리를 끝장내지 않고 불쌍히 여겨 난로 앞에 둔다.

따뜻하게 죽으라고.

그러나 쥐는 죽지 않고 드류에게 작품을 멋지게 끝내게 도와준다고 한다.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소원의 대가였다.

 

 

드류는 소원을 빌었다.

완성된 작품은 드류의 작품인가? 쥐의 작품인가?

 

 

 

어떤 이야기를 써도 독자를 푹 빠지게 만드는 스티븐 킹.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마르지 않는 샘을 가진 이야기의 킹.

짤막한 그들이 뿜어내는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현실.

 

 

우리는 모두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삶은 모두 선택의 기로에 있고 그 기로에서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항상 무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 무언가는 쥐일 수도 있고, 해리건 씨 일 수도 있고, 척일 수도 있고, 절대 악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저마다 선택한 길에서 받은 도움에 대가를 치른다.

그리나 절제를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제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4편의 주인공들이 모두 맘에 든다.

그들은 멈출 줄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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