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켈리 함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스몰빅아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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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말하든지 당신은 희생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아.

 

 

3년 전 갑자기 가족을 버리고 떠난 전 남편이 3년 후 갑자기 나타나 저런 말을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할 건가요?

 

아이 둘과 대출 융자금만 남기고 남편은 홍콩으로 출장 가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이 어린 여자랑 홍콩으로 사라진 남편 대신 모든 걸 떠맡아야 했던 에이미.

그 3년 동안 에이미는 홀로 서는 법을 익혔다.

두 아이 코리와 조와 함께 그들은 가족으로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갑자기 연락도 없이 나타난 남편 존.

그동안 자기의 빈자리를 보상하고 아이들에게 아빠 노릇을 하기 위해 돌아왔단다.

그리고 에이미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휴가가 생겼다.

존이 아이들과 지내는 동안 에이미는 뉴욕에서 열리는 도서관 사서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지만 도착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힌다.

처녀 적 절친 탈리아가 가르쳐준 아파트 주소는 어딘지 허름하고, 게다가 아무도 살지 않는 거 같다.

그리고 탈리아와는 전혀 연락도 되지 않고, 여행 가방과 함께 뉴욕에 홀로 남겨진 에이미는 소싯적 기질을 발휘해 호텔에 짐을 맡기고 컨퍼런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한국계 섹시한 도서관 사서 대니얼을 운명처럼 만난다.

 

#맘스프린가

이 해시태그가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탈리아의 잡지사는 에이미를 타깃으로 맘스프린가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에이미는 졸지에 줌마렐라가 된다.

뉴욕에서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한 에이미.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있다. 그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어깨 위의 낯선 짐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느꼈고, 목과 머리 아래쪽에서 긴장이 풀리며 상쾌함도 느꼈다.

 

 

 

아이들을 못 미더운 남편 손에 맡기고 뉴욕으로 떠나는 에이미는 자신의 어깨가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3년간 가족의 생계와 독박 육아를 하던 에이미의 긴장이 풀어지는 시간이다.

독박 육아를 하는 모든 엄마들의 로망.

혼자만의 시간.

내 주변에도 육아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미루는 엄마들이 있다.

친한 친구들이 아이 때문에 잠깐의 자기 시간을 내지 못해서 매번 약속을 바꾸고, 미루는 경우를 종종 겪는다.

그러니 그들과 여행을 떠나는 하룻밤의 수다파티는 꿈도 못 꾼다.

정작 그들의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자기들 볼일을 마음대로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모성애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간절하게 몇 시간이라도 자유를 누리고 싶은 엄마들.

에이미가 보여주는 캐릭터에 나는 짜릿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경제적 독립을 했지만 아직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가진 에이미.

하지만 뉴욕 생활은 에이미를 점점 변하게 한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버려졌던 "에이미"라는 인간의 자아가 뉴욕에서 살아난다.

끊임없이 죄책감과 현실의 만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에이미의 모습이 답답하다가도 이해가 된다.

 

수많은 여자들을 대변하는 에이미의 모습은 그래서 그녀가 다시 찾은 자신을 놓지 않기를 응원하게 된다.

 

 

자, 내가 아빠를 다시 받아주겠냐고? 솔직히 받아준다고 해도 우리 중 누구도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 또 단지 아빠를 네 삶에 머물게 할 목적으로는 재결합하지 않을 거야. 그게 아빠를 머물게 할 유일한 방법이라면, 우리 중 누구도 진심으로 아빠랑 있고 싶지 않을 테니까.

 

 

 

에이미와 딸 코리가 주고받는 메일 속에서 독자는 에이미의 심정과 아이들의 심정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때론 어른들 보다 더 어른스럽다.

코리와 조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응징을 가차 없이 아빠에게 하고 있었다.

 

언뜻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그 이면에 여성의 독박 육아와 경제적 독립과 커리어를 아우르는 멋진 이야기를 담아냈다.

에이미는 자신 앞에 닥친 어떤 문제에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존이 그 문제들 앞에서 전원이 꺼진 로봇이 되는 것과는 다르게...

 

그가 자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남자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깜짝 놀란다. 3년 전에,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마다 글자 그대로 잠에 빠져 그 어려움을 나 혼자 헤쳐나가도록 내버려 둔 배우자와의 종신형에서 나는 벗어난 셈이다. 내게 일어난 가장 최악의 일이 또한 내 삶에서 가장 행운의 순간이 되었다.

 

 

최악과 최고는 항상 같이 붙어 다닌다.

최악에서 최고를 찾아내는 건 바로 당신의 의지다.

에이미처럼 의지의 인간이 되느냐 존처럼 전원이 꺼진 로봇이 되느냐의 선택은 모두 당신 자신의 결정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시간을 모두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아낌없이 내어주는 시간들 중 몇 시간 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온전히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라고.

아이들은 엄마가 아닌 아빠랑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는걸.

그런다고 당신이 나쁜 엄마가 되는 건 아니라는걸.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걸.

그리고 아이들에게 쏟는 정성 중에 일부분은 꼭 덜어서 남편에게 줘야 한다는 걸.

 

에이미가 비로소 존의 마음을 이해하는 장면에서 나는 짜증이 좀 낫지만(아마도 계속 존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래서 에이미가 더 좋아졌다.

자신을 발견하고, 과거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에이미.

주저앉아서 계속 존을 탓하거나, 존에게 벌을 주려 노력했다면 재미없을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인생을 찾아내는 에이미의 이야기라서 이 더운 날에 시원한 청량감을 남겨주었다.

 

지금 맘스프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독박 육아를 하는 중인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는 남자분들에게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남편이 미워지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받을 수 있는 주변의 모든 도움을 받는 것은 염치없고, 나쁜 엄마가 되는 지름길이 아닙니다.

당신 자신과 당신 가족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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