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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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동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없다. 그리고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 현재 업무 환경에 비추어보면 도리어 늦은 감이 있다. 인정하건대, 일주일 뒤 여섯 건이 추가되긴 했다.

 

 

업무 스트레스와 아내와의 불화, 사생활이 없는 의뢰인의 요구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비요른.

그는 변호사다.

그의 의뢰인은 마피아.

삐걱거리는 가정생활을 회복해보기 위해 그는 아내가 요청한 명상을 배워보기로 한다.

 

사랑이 우리 사이에 놓인 연약한 식물이라면 가족이라는 화분에 분갈이를 하면서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게 분명했다. 한마디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현대 가정 대게가 겪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명상을 시작한 비요른은 일주일간 요쉬카 브라이트너에게 수업을 받고 그의 책을 받는다.

실생활에서 문제가 닥칠 때마다 호흡법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명상 책을 펼쳐서 지금 놓인 상황과 마음 상태에 걸맞은 부분을 찾아 읽으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매 챕터마다 브라이트너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 나오고 비오른은 그 명상법에 따라 정신을 가다듬고 문제를 해결한다.

마피아 담당 변호사라는 신분은 각종 범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방법을 의뢰인을 위해 여태 써먹었을 뿐이었다.

그 갈고닦은 방법을 비요른은 이제 자신을 위해 쓰기로 한다.

 

명상 수업으로 비요른은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고 관계 회복을 위해 아내와는 잠시 떨어져 있기로 한다.

온전히 쉬기 위해 쉬는 날은 휴대폰을 꺼둔다.

사랑하는 딸 에밀리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로 한다.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한 그의 새로운 삶은 에밀리와 호숫가로 주말여행을 떠나기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뒤바뀐다.

휴대전화를 꺼두는 걸 깜빡 잊어버린 순간이었다.

그 전화를 안 받았다면 비요른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 소풍이 먼저. 그다음에 일. "

 

비요른에게 닥친 문제는 바로 그의 의뢰인 드라간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히고 쫓기는 신세가 된 것.

비요른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드라간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그를 차 트렁크에 태워 주말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명상 수업에서 배운 대로 그는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멀찍이 떨어뜨려 놓는다.

트렁크에 있는 드라간을 꺼내주지 않고 철저하게 잊어버리는 것.

59.7도까지 올라간 트렁크 온도에서 그의 의뢰인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첫 문장을 읽으면서 이 남자에게 상당한 공감을 했다.

이 명석하고 부지런한 변호사가 명상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을 탈바꿈 시키는지를 알게 될수록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의뢰인을 죽이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시체를 처리하고, 그의 대리인이 된 변호사 비요른.

드라간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본떠 모형을 만들고 그걸로 모든 명령을 전달하고 그걸로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가는 수법은 그가 오랜 시간 공들여 세운 계획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요른은 명상을 통해 절박한 상황을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뜨려 놓았을 뿐이었다.

 

스릴러의 격을 한층 업그레이드 한 작품이다.

 

이것이 계획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흥미롭다.

그저 비요른은 순간순간 자기 자신에게 충실했을 뿐이었다.

명상법에 따라.

 

명상은 사람을 죽이고 코를 부러뜨릴 수 있다. 그리고 빙산도 녹일 수 있다.

 

 

 

명상으로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을 각성한 살인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 라고 생각하고 읽어간 이 이야기는

엉뚱하고, 피식피식 웃기고, 뭔가 조마조마, 불안불안한 감정을 끝까지 몰아간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어 버렸다.

 

재밌는 건 비요른의 살인 행각과 사기 행각을 응원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고, 더 많은 나쁜 놈들을 파괴하기를 바라며

아예 마피아 조직 전체를 접수해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그건 아마도 비요른이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기에 그런 거 같다.

회사일로 바빠 가족과 시간을 점점 보내기 힘들어지고, 자기가 번 돈으로 좋은 집에서 편하게 생활하는 아내는 항상 자신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게다가 마피아의 뒤를 봐준다고 은근 그를 경멸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그는 자신이 이렇게 된 건 바로 당신이 누리는 모든 자유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고뇌 속에서 시시각각 쌓여왔던 그의 분노가 명상을 통해 조용하고, 깔끔하게, 새로운 시각으로 주변을 정리해가는 영리한 수법을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에 대해 은밀하게 감추고 있던, 상상만 했던 일들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낸다.

드라간의 시체를 처리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능수능란한 연쇄살인범 같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 명상 살인은 3권까지 나왔다.

그러니 우리는 이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당연히 다음 편을 빨리 만나고 싶다!

왜냐하면.

비요른에게 살인의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유능한 형법 변호사는 자신이 아는 법률 지식과 자신이 훔쳐버린 드라간의 '힘'을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게 될까?

비요른은 드라간의 라이벌 보리스를 트렁크에 싣고 떠난다.

이로써 마피아 양대 산맥의 수장 드라간과 보리스는 비요른의 손에 넘겨졌다.

앞으로 비요른은 어떤 일을 벌이게 될까?

이 이야기가 시리즈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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