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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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은 유리가 깨지는 광경을 자주 보았지만, 그렇게 크고 깨끗하고 단단한 유리창이 깨지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은 다른 세계의 침범이었다.

 

 

아메리칸드림은 세계 각지에서 이민자들의 발길을 모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서로 다른 피부색과 서로 다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을 갖지도 못한 채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허황된 바람을 안고 온 그들은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 외에는 가족을 돌볼 시간도 없었다.

 

낯선 문화와 낯선 사람들

그들 보다 월등한 체격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과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은 실제로 마주한 미국 생활에서 별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더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들이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듯 동양인도 서양인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한다.

열여섯 에이바는 165센티에 60킬로였다.

자신을 도둑 취급하듯 쏘아 보는 편의점 여주인의 모습이 내내 신경에 거슬렸다.

그냥 잠시 놀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당신이 나를 보는 눈빛 그대로 행동해 주겠어!'

아이에게 지기 싫었던 여자는 아이의 멱살을 잡았고, 자존심이 상한 아이는 그 여자에게 주먹질을 했다.

그리고 겁에 질렸든, 치솟는 분노를 감당하지 못했든 여자는 아이의 뒤통수에 방아쇠를 당겼다.

 

28년 전 그 자리에 있었던 숀은 누나의 죽음을 매일 떠올린다.

누나를 쏜 한정자는 사라졌다.

아무런 죗값도 치르지 않고.

한동안 방황하면서 분노를 터뜨리던 숀은 다시는 감옥에 가지 않기로 작정하고 자신이 가진 행복을 지키려 노력하며 산다.

 

부모를 떠난 언니 대신 아버지와 같이 약국을 경영하는 그레이스는 어느 날 퇴근길에 주차장에서 엄마가 총에 맞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아빠를 따라 미국에 건너와 두 딸을 낳아 보살피고 열심히 일만 해온 분이었다.

누구에게 해끼칠 일을 하지도 않았지만 어느 날 그냥 총에 맞았다.

그런 줄 알았다.

엄마의 과거가 까발려지기 전까지는...

 

어머니가 총에 맞았다. 소생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 느낌이 뼛속에 사무쳤다.

 

그 여자는 그 어떤 자격도 없었다. 에이바는 열여섯 살에 죽었다. 에이바가 누려야 할 세월, 경험, 행복 그 모든 것이 총 한발에 사라졌다. 한정자가 그 이상을 누린다면 부당한 일이었다.

 

 

두순자 사건이 모티브가 된 이 이야기는 숀의 누나 에이바가 총에 맞아 죽은 28년 후에 두 가족은 또다시 상처를 주는 과정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레이스와 숀.

엄마의 과거를 안 그레이스는 사과를 하러 숀을 찾아온다.

하지만 숀은 그들을 용서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이었으니까.

 

한정자는 숀의 구역에서 살아왔다.

신분을 바꾸고 코앞에서 아주 잘 살아왔다.

숀이 느꼈을 그 반감과 분노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가해자가 되었다.

몇 달 전 출소한 사촌 레이가 범인으로 체포되었으니까.

 

서로에 대한 이해 대신 불신을 갖고 시작한 관계는 언제나 불씨를 품고 있다.

한정자는 에이바를 불량한 흑인으로 봤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총을 쐈다.

에이바는 자신을 불량하게 바라보는 그 시선이 싫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불행은 단지 그뿐이었다에서 시작되었다.

서로의 가족을 잃은 뒤에야 그들은 이해의 발판을 마련했다.

 

분노와 복수를 잠재울 방법은

용서다.

그리고 그 용서 이전에 진심으로 하는 사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두 가지가 빠지면 무질서가 된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결국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희생자가 된다.

속죄를 하고, 용서를 했더라면 달라졌을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다만 우리 모두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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