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머니를 찾아왔지만, 코니는 내게 어머니 대신 자아를 주었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주길 바라며 이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걸 멈춰야 했다. 타인의 삶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걸 멈춰야 했다.

마침내 내 삶이 열리고 있었다.

 

 

엄마와 딸은 비슷한 운명을 가진다는 말을 들었다.

팔자가 같다는 말로 어른들은 걱정과 위로를 함께 말했다.

살면서 보니 엄마와 딸은 비슷한 삶의 궤적을 살아낸다 해도 엄마들 보다 딸들은 항상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세월의 힘일 것이다.

 

 

1980년에서 1982년

2017년에서 2018년

엄마 엘리스 모소와 딸 로즈의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코니가 있었다.

엘리스와 코니, 로즈와 코니.

 

 





엄마의 연인이자 유명한 소설가 콘스턴스 홀든.

로즈에게 엄마는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 손에 자란 로즈는 우수한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 조에게 의지하며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언젠간 조와 함께 시작할 사업을 위해 잠시 임시직을 거치는 중이었지만 조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만 들먹이며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

그런 차에 30년이 넘도록 함구하던 아빠는 콘스턴스의 소설책과 함께 엄마의 비밀을 얘기해 준다.

 

 

 

삼십사 년 동안 나는 세상에 한 가지 모습만 보여주었다. 코니와 단 몇 분 함께 있고 나니 그것을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다.

 

 

코니가 간직한 엄마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코니의 비서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 로즈는 로라가 되어 코니의 손이 된다.

중증 골관절염으로 손을 쓰지 못하는 코니 대신 집안 일과 함께 은둔 작가였던 코니가 시작한 새 소설의 타이핑을 하는 것이 로라의 일이다.

로라는 그 새 작품에서 엄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희망에 차있다.

 

 

코니의 단단함에 비해 엘리스와 로즈는 무른 맛이 난다.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이십대의 엘리스와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기억을 지닌 채 어디에서도 당당하지 못했던 로즈.

그들은 코니 앞에서 어른이 되어 갔다.

상처받은 이십대의 엘리스가 보기 좋게 사라졌다면 로즈는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냈다.

엘리스가 찾지 못한 것을 로즈는 찾아냈다.

 

 

이 이야기엔 기막힌 반전이 있다.

이십대의 흔적만 남기로 홀연히 사라진 엘리스에 대한 반전.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만나게 될 엘리스의 모습이 어떨지를.

엘리스는 어디로 갔을까?

이상한 나라의 토끼굴로 여행을 떠났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그 상처를 되돌려 주기 위해 감행했던 "도망"은 또 다른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엘리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코니의 굳건함이었다.

사랑의 자존심은 가끔 엉뚱한 해석을 하게 만든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있으면서도 반대의 행동을 하게 만드는 그런 해석.

그날 엘리스와 코니가 그랬다.

서로의 말을 모두 오해하고, 고깝게 듣고, 반대로 행동했다.

엘리스는 사라졌다.

남겨진 로즈는 엄마보다 더 완숙한 나이에 코니를 만났다.

코니는 엘리스에게 주지 못 했던 말들을 로즈에게 건넨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알 수 있다 했다.

엘리스의 부재는 코니와 로즈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났다.

더 이상 존재를 알 수 없었기에 끄집어 낼 수 없었던 이야기.

 

 

로즈와 로라의 이중 삶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던 로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고, 엘리스가 감당하지 못했던 선택을 로즈는 과감히 인생에서 삭제했다.

그래서 제시 버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제시 버튼은 언제나 여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할 줄 안다.

 

 

"로즈, 당신이 정말 엘리스를 찾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엄마를 찾고 있었어요."

코니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개념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찾고 있었던 거죠."

 

평생 어머니에게 집착했다는 생각이 들자 배신자가 된 느낌이었다. 내 곁에 있어준 적 없는 사람에게 너무 신경 쓰느라 곁에 있어준 사람에게 제대로 감사하지 못했다.

 

 

엄마의 흔적을 찾으러 온 로즈는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냈다.

오래전 엘리스가 두고 간 자아가 로즈와 함께 자랐다.

이제야 비로소 두 자아는 코니에 의해 완성되었다.

스스로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사라진 엘리스의 미완성인 인생이 로즈에 의해 완성되는 모습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사랑이 영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코니와 엘리스의 사랑은 영글지 못한 채 서로의 가슴에 상처로 남았다.

 

 

"아니, 아니, 또 이럴 수는 없어."

 

 

로즈의 정체를 알게 된 코니의 말이다.

이렇게 누군가가 떠난 자리가 채워지고, 지울 수 없을 거 같은 상처는 속죄의 시간을 갖는다.

엘리스의 부재가 주었던 고통의 시간이 로즈와 코니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서로에게 치유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았을까?

 

 

미스터리 소설도 아닌데

미스터리하게 읽힌다.

동성애, 불륜, 상실감, 자존심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맛깔스러운 양념처럼 우리 삶에 버무려지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에 매료된다.

 

 

읽는 순간 보다

읽고 난 후에 더 매료되는 이야기 컨페션.

제시 버튼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