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책은 많아도 인생 웹툰은 처음이라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사람들이 인생 웹툰이라고 하는지 몹시 궁금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이 물음에서 탄생한 데이빗.
작은 몸으로 태어나 혼자서 어미젖도 물지 못한 데이빗은 농장주의 아들 생일선물이 된다.
돼지우리에서 생을 마감할뻔했던 데이빗은 이름도 얻고 조지와 함께 생활한다.
인간의 말을 하는 돼지.
오지의 농장에서 데이빗은 조지와 평온한 나날을 보내지만 점점 성인이 되어가는 조지는 이 적막한 고향이 지루하다.
조지는 데이빗을 설득해서 서커스단을 좇아 대도시로 나간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만 한순간도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데이빗.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서면 그들도 그를 동등하게 대접하도록 만들겠다는 조지의 약속이 있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데이빗을 옹호하는 편과 그렇지 않은 편으로 갈라지고 정치인들은 선거전에 데이빗을 이용하려 한다.
인간은.
인간종은.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종'을 만나게 되면 일단 배척하고 본다.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색다른 종은 인간에게 두려움과 공포감을 주기 때문이다.
데이빗이 그런 존재였다.
하물며 데이빗을 옹호하던 단체의 리더 캐서린조차도 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긴 누구라서 데이빗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정말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
데이빗은 사람이어야 할까?
인간의 언어를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동물은 동물일 뿐일까?
그렇다면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데이빗은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종에게 이주해온 이민자다.
인생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것.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어야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야.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는 거지 네 책임이 아니야.
그러니까 조지.
너는 너의 몫만 짊어지면 돼.
처음엔 모두 데이빗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데이빗이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아는 순간 사람들은 분열된다.
처음엔 이민자들은 환영받는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그들이 오기를 바랐으니까.
하지만 탄탄하게 자리 잡아가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편협해진다.
저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저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저들이 저들의 문화를 이곳에 가져오는 게 싫다.
그들과 우리가 섞이는 게 싫다.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데이빗이 실존한다면 나 역시 데이빗을 인간으로 생각할지 동물로 생각할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 데이빗은 내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해줬다.
뭔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느낌이다.
마지막 데이빗의 선택이 그래서 가슴 아프다.
다르다.
이것은 공포스럽고, 편협해져야 하는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공포와 차별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다르다.
이것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배워야 할 시기가 온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