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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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인생의 고비들이 내 삶을 휘청거리게 만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온갖 변명을 둘러댔다.

 

요즘 마음 앓이 중인데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중이다.

자연히 독서도 그렇고 생활 모든 것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하고 지내고 멍 때리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사실 리뷰도 안 써지고 책도 진도가 안 나가서 모든 관계(?)를 중단하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숨어지내고 있는 시간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런 시간들에 쉬엄쉬엄 길어 올린 마음들이 담겼다.

남의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진 마음 다독임을 읽으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갖는다.

 

 

가끔 책을 읽다 보면 우연하게 내 상황에 알맞은 책들이 저절로 내게 오는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런다.

나도 모르겠는 나의 마음.

자꾸 미워지는 나 자신.

자꾸 하게 되는 후회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

그저 무기력하고,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인데 이 책에 담긴 글들이 내 마음을 읽는 거 같았다.

 

 

물욕이 사라진 마음인데도 문구류 앞에서만은 그 마음이 무너지는 모습.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는 지식의 저주.

혼자 독서하다가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쁨.

무심하게 흘려보낸 일상들에서 문득문득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들.

이 책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내 안에서 꺼내 쓰는 수밖에 없다. 틀리든 맞든 내가 아는 바를 있는 그대로 기술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나에게 맞는 내 답안지를 작성하다가 그 안에서 갈팡질팡, 우물쭈물하는 모든 순간이 실은 나에게 가장 알맞은 답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인생이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또 다른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뭐 좀 알만한 이 나이에 걸맞게 살아가자고 마음먹어본다.

인생의 답은 내 안 깊은 곳에 있는데 자꾸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하니 답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글을 읽는 시간 동안 찾아왔다.

다들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슷한 것들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공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이날은 내가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잠깐 찾아낸 날이 아닐까 싶다.

세상사에 가려져 저 아래 깊이 묻어 두었던 나.

이제 그 자아가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꽃 피고 싶어서 나를 침잠시키는 거 아닐까?

 

 

좋은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게는 답답한 마음 한켠이 조금 덜어내지는 그런 글들이었다.

 

 

봄날.

마음이 맥없이 쳐져 있었는데

나보다 앞서 걷는 이의 글이 다독다독거려준다.

이제 마음에 아지랑이를 피우고 꽃처럼 기지개를 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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