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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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작들은 각기 자신의 시대에 중요했던 사회문화적 이슈들을 그 시대에 재미있다고 여겨졌던 방식에 따라 풀어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명작들은 그 재미와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일찍 문학의 '맛'을 알았다.

내가 섭렵했던 고전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영양분으로 내 무의식에 남아 있다.

고전을 어렵다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다.

자극적이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지금

간간이 재독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고전들이 있다.

이 책은 데미안, 변신, 젊은 베르터의 고통을 통해 독일 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데미안은 오래전에 읽었고

젊은 베르터의 고통은 작년에 재독을 했고

카프카의 글들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헤세가 유년기와 젊은 시절을 보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전통적인 인간관과 세계관, 가치체계가 붕괴되었지만, 아직 새로운 인간관과 세계관, 가치체계가 자리를 잡지 못한 혼돈 상태가 이어졌다. 개인의 삶으로 비유하자면 교육을 통해 배운 부모 세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이유 없이 거부하지만, 아직 이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추지 못한 현대 유럽 문명의 '사춘기'와도 같은 시기가 바로 유럽의 세기전환기였던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태어난 <<데미안>>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지금도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딘지 모르게 막연한 동경과 설레임을 느낀다.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데미안을 세상에 내보낸 헤세는 전쟁으로 그전의 가치관이 무너진 세상에 나름의 처방전을 썼는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 길을 찾으라는 헤세의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깃발을 꽂았다.

 

독일 문학은 괴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젊은 베르터의 고통은 내게 낯설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더 익숙하고 더 시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를 알고 나면 슬픔과 고통 사이에 느껴지는 간극이 크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오래전에 읽었고, 얼마 전 재독 한 베르터는 내게 다르게 읽혔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나서 베르터의 고통 속에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대 상황과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고전이 제대로 읽힌다는 걸 또 한 번 배웠다.

 

내가 실패한 고전 중에 백 년 동안의 고독이 있다.

읽다가 끝도 없이 중복되는 이름들 때문에 포기했는데 그 이유를 오랜 세월이 흘러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모르면 그 나라의 문학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미문학은 잘 읽을 수 있지만 그 외의 나라들의 작품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그 나라들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요전에 카프카 전집을 읽으면서 참 많이 갑갑했었다.

내가 읽고 느끼는 것들이 제대로 읽고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리뷰를 쓰면서도 나는 나를 믿지 못했었다.


 

개인적으로 카프카의 작품들을 한마디로 설명할 때 보통 이렇게 이야기한다. "카프카의 작품은 입구도 여러 개이고, 출구도 여러 개인 미로와 같다."



이 문장이 위로가 되었다.

카프카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답은 각자의 느낌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는 접해보지 못한 작품이고 작가였다.

책은 책으로 이어진다.

내게 호프만스탈을 만나야 할 숙제가 주어졌다.

 

어렵고, 고리타분하고, 예전에 읽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미뤄두었던 고전 읽기가

지금 이 시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환경 안에서 1년을 지낸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위한 가치관 정립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에서 새것을 찾아야 하는 이 시기에 고전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가 될지도 모른다.

수많은 싱클레어들에게 고전은 진정한 데미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고전을 느리게 읽으며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면

지금 방황하고 있는 싱클레어같은 마음이 카프카의 혼돈 속에서 제자리를 찾는 고통을 감수해낼지도 모르겠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고전은 우리가 그들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이제는 그들의 지혜를 이해해야 하는 시간이니까...

 

 

 

*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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