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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고스트 ㅣ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평점 :
* 씁쓸한 반전이 다음 번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
이 세상에서 최후에 살아남는 건 정당한 비즈니스뿐이야. 난 그렇게 믿고 살아왔어.
쓰쿠다제작소는 거래처 데이코쿠중공업에 로켓 발사에 필요한 밸브를 납품하고 있다.
최대 거래처인 데이코쿠중공업이 로켓 발사에서 손을 떼려고 하는 지금 쓰쿠다제작소에는 또 한차례 시련의 바람이 분다.
로켓 발사 중단이 기정사실화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농업용 트랙터 트랜스미션 개발에 뛰어들기로 한 쓰쿠다제작소는
기어 고스트의 트랜스미션 제작에 참여하기로 한다.
이번 이야기의 중심은 기어 고스트에 있다.
쓰쿠다제작소의 위기를 대체하기 위한 트랜스미션 밸브 개발에 쓰쿠다제작소의 손을 들어 준 기어 고스트가 위기에 몰리면서
비즈니스의 도리란 어떤 것인지.
조직의 리더가 어느 것에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밥줄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점점이 느끼게 된다.
게다가 쓰쿠다제작소의 재무를 담당하는 도노무라는 300년 가업인 농사가 자기 대에서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하고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역경을 딛고 일어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야기의 조마조마함은 자꾸 페이지를 넘기기 바쁘다.
비슷한 스토리 안에서 자신이 가진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엮어 내는 이케이도 준의 솜씨는 읽는 와중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되새기게 만든다.
"만년에는 경영이 점점 악화됐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직원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고생스러운 가운데서도 빚을 갚고 퇴직금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의 저금은 남겨두셨죠. 당신은 사치를 부리기는커녕 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보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 아버지는 제 자랑입니다."
과거에 발목을 잡혀 스스로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삶을 선택한 이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정도를 지켜서 놓치는 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을 궁리를 하는 이
비겁한 술수를 마다하지 않고 손쉬운 길을 택하는 이
이 모든 인물들이 엮어 내는 이야기는 단순한 줄거리 안에서 빛을 내는 중이다.
사양길에 접어든 농업을 택한 이의 의중과 위기에 처한 농업을 위해 앞으로의 인생을 바칠 거라는 사람의 연설 앞에서
식량위기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농업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 하는 이케이도 준의 마음이 엿보인다.
정도를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꾸짖는 변두리 로켓.
각자의 뜻이 맞아 의기투합했던 청춘은 6년 만에 서로의 길을 달리한다.
그들의 다음 행보가 어떤 이야기를 끌어올지 궁금하다.
이번 편은 다음 편을 위한 전주곡처럼 느껴진다.
진짜 이야기는 변두리 로켓 네 번째 이야기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변두리 로켓 고스트가 이케이도 준이 자신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의 서문이라면
이 뒤에 이어질 이야기는 이 변두리 로켓 시리즈의 진면목을 보여줄 거라 멋대로 상상해 본다.
회사도 사람과 똑같거든. 손해와 이득 이전에 도의적으로 올바른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애당초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