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세계사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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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과 개척의 역사는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다.

그것이 이제 인류의 관심을 우주로 향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세계사라고 하면 언제나 서양 역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종교와 전쟁 그리고 수많은 왕조의 몰락 위주로 공부를 해왔다.

그래서 당연하게 이 책도 그런 맥락에 조금 색다른 시선을 부여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은하계 관찰자 입장에서 본 지구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가 아닌 지구 자체의 역사와 같다.

인류의 시작은 언제나 가볍게 지나가는 시선이었는데 이 책에선 상당한 비중을 들여 다루고 있다.

인류는 자연을 극복하고, 끝없이 이동을 하며 세상에 널리 퍼졌다.

그리고 자연을 길들여 정착하는 법을 익혔다.

그 이후로 인류는 식량을 개발하고 동식물을 길들였으며 예술의 재능을 펼치며 문화를 일구어 나갔다.

은하계 관찰자 입장에서 본 지구의 역사는 여태껏 알고 있던 세계사의 범위를 엄청 확장 시켜 놓았다.

단순하게 인류의 변천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류의 번성으로 인해 유래 없이 지구상의 모든 종들은 멸종을 당하거나 하나의 종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겪은 것을 보여준다.

인류의 입맛에 들지 않은 동식물은 멸종되었고, 인류가 좋아하는 종들만 살아남았다.

한때 중세 후기에만 발병했다고 여겨진 페스트가 더 이른 시점에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페스트는 후기 청동기 시대에 지중해 동부 사람들을 긴밀히 연결한 상업 경로와 전쟁 경로를 따라 퍼져나갔을 것이다.

문명의 발달로 상업이 발전하면서 더불어 전염병도 같이 이동했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은 인구 감소를 유래했고, 인구 감소는 전 세대에 비해 더 건강한 인류를 만들었다.

이 대목이 현재 우리의 상황과 맞물려서 되풀이되는 역사처럼 지금 현재도 넘치는 인구수를 줄이기 위해 자연이 인간 중에게 내리는 징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가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인류의 발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행성은 역사상 최초로 단일 종(호모 사피엔스)이 지구 표면의 변화를 좌우할 정도로 생물권을 통제하게 되었다. 불과 200년 만에 우리 인류는 지구를 바꾸는 종이 되었다. 우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우리가 이해하든 못하든, 향후 십수 년간 인류의 활동은 향후 수백 년간 지구에 심대할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인류가 이룬 수많은 것들이 인류에게는 업적이 될 테지만

인류로 인해 사라진 수많은 종들에겐 멸종의 증거가 될 뿐이다.

지구인의 관점이 아닌 우주인의 관점에서 본 지구의 역사는 최근 20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인간의 편리는 결국 많은 동식물의 터전을 잃게 만들었고, 나아가 미래 인류의 터전까지도 아슬아슬하게 만들고 있음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우리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옥스퍼드 세계사.

뭔가 좁고 고만고만한 이야기만 읽고 보다가

갑자기 방대하고 광활한 이야기를 접한 기분이라 새로운 관점이 생긴 기분이 든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방대한 종을 이루고 있는 인류가 지금 이 시점에 자신을 돌아볼 시선을 갖게 해준 옥스퍼드 세계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을 때도 새로운 개념을 갖게 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옥스퍼드 세계사를 읽고 나니 사피엔스는 이미 한물 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집에 한 권쯤 두고 어른 아이 모두가 한 번쯤 읽어 보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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