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갑자기 죽고 다섯 아이의 엄마로 살아야 했던 작가는 매일 새벽 식탁에서 타자기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녀의 글들은 다행히 인기가 좋았다고 하는데 크리스마스에 복권에 당첨된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메리 히긴스 클라크라는 작가를 각인한다.
서스펜스로 각광받았다는 작가의 글은 조마조마하고 뻔뻔스러우며 멋들어진 한 방이 있는 이야기였다.
판사의 비서지만 탐정 노릇을 즐기는 맥케인.
읽는 내내 판사에게 기를 못 펴고, 짝사랑하는 파멜라가 다른 남자를 쳐다보는 것을 봐야 하는 맥케인을 응원했다.
왠지 밉살스러울 거 같은 판사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라는 뜻에서.
그런데 이런 반전이?
고양이의 등장부터 나도 눈치챘던 걸 맥케인은 눈치 못 채다니!
파멜라가 한눈파는 건 다 이유가 있군.
딕 록티의 매드독은 끝까지 읽고 나서야 사건의 내막을 알아차릴 수 있다.
30년 전의 살인자를 알아내는 교모한 방법!
30년이 지났으니 이제 털어놔도 되겠다고 생각한 남자의 최후!
그리고 그녀!
래플스는 죽은 자가 되었음에도 옛 버릇 개 못 주고
자신을 또다시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래플스 같은 친구는 곁에 두지 말자. 언제나 위험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그늘에 가려져 늘상 제대로 취급받지 못하는 배경 같은 친구의 질투는 애처로운 애교 같다.
우아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헷갈리는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이며 무섭고도 놀라운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즐거웠다.
4편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를 읽었는데 단편의 묘미를 가득 담은 미스터리들은 읽는 동안 겹치는 이야기 없이 새로운 상황과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려 17년간 계속되고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스터리 작가들이 오토 펜즐러의 미스터리 서점에 헌사하는 작품들은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최고인 거 같다.
사실 서양에선 명절 다운 명절이 크리스마스뿐이라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런 반면에 가장 즐거워야 할 명절에 즐겁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이런 단편 모음집을 선물 받게 된다면 정말 긴 연휴가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서점을 찾는 단골들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그런 독자들의 바람을 져버리지 않고 흔쾌히 재미난 이야기를 써서 보내주는 작가들의 마음에 왠지 더 찡해진다.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순수한 이야기만이 크리스마스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미스터리야말로 진정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야말로 미스터리한 일들이 가장 많이 벌어지는 시기이니까.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는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의 세계를 아직 여행해 보시지 않은 분들에게
이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거예요.
우리에겐 엉뚱한 사건들과 황당한 이야기와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매력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