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입니다.

옛말과 어른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잘 새기면 좋은 어른으로 살 수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10주기가 바로 올해라고 한다.

그분의 에세이 결정판이라고 자신 있게 부제로 달아 놓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정말 글을 읽다 보면 선생님의 겸손한 글에 마음이 촉촉해진다.


​

화련한 문장과 뭔가 심오하기만 할 거 같은 글들 앞에서 너무 헤매었나 보다.

담백하고 솔직하고 단순한 문장 앞에서 매무새를 다듬게 되는 거 보니.

언제가 읽었을 법한 글인데도 처음 읽는 거 같고, 그럼에도 재미와 동시에 먹먹함이 함께 스며든다.


​

담담하게 자신의 어린시절, 양심과 슬픔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그 단순한 문장에 서린 쐐기를 느낀다.

이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분이구나.

이래서 모두가 이분의 글을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모두가 그리워하는구나...

​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 못할 것 같다.

​



밤에 몰래 도둑질하듯, 맛난 것을 아껴 가며 핥듯이 그렇게 조금씩 글쓰기를 즐겨 왔다.

야심한 밤에 남편의 지청구를 들으면서 스릴(?)있게 글을 쓰셔서일까?

박완서 선생님의 글엔 읽는 사람을 웃게 하는 매력 점이 꼭 들어있다.

박장대소하게 하는 재미가 아니라 문득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게 하는 그런 재미 말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여우로 와지면서 따스해진다.


​

세상이 그저 살만하게 보이고

사람들이 괜히 살갑게 느껴진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는 다 고만고만하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마음에 울려서 그런가 보다.


​

2020년엔 전 세계 모두가 힘든 경험을 했고, 아직도 하는 중이다.

선생님이 지금도 살아 계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을까?


​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선생님이 남긴 글들이

하늘의 섭리처럼 많은 사람들의 거칠어진 마음을 다독여주었으면 좋겠다.


​

단순하고 평범한 문장들이 가진 힘을 온전하게 다룰 줄 아는 분이셨다.

박완서 선생님은...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