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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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입니다.

옛말과 어른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잘 새기면 좋은 어른으로 살 수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10주기가 바로 올해라고 한다.

그분의 에세이 결정판이라고 자신 있게 부제로 달아 놓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정말 글을 읽다 보면 선생님의 겸손한 글에 마음이 촉촉해진다.


화련한 문장과 뭔가 심오하기만 할 거 같은 글들 앞에서 너무 헤매었나 보다.

담백하고 솔직하고 단순한 문장 앞에서 매무새를 다듬게 되는 거 보니.

언제가 읽었을 법한 글인데도 처음 읽는 거 같고, 그럼에도 재미와 동시에 먹먹함이 함께 스며든다.


담담하게 자신의 어린시절, 양심과 슬픔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그 단순한 문장에 서린 쐐기를 느낀다.

이래서 모두가 좋아하는 분이구나.

이래서 모두가 이분의 글을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모두가 그리워하는구나...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 못할 것 같다.



밤에 몰래 도둑질하듯, 맛난 것을 아껴 가며 핥듯이 그렇게 조금씩 글쓰기를 즐겨 왔다.

야심한 밤에 남편의 지청구를 들으면서 스릴(?)있게 글을 쓰셔서일까?

박완서 선생님의 글엔 읽는 사람을 웃게 하는 매력 점이 꼭 들어있다.

박장대소하게 하는 재미가 아니라 문득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게 하는 그런 재미 말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여우로 와지면서 따스해진다.


세상이 그저 살만하게 보이고

사람들이 괜히 살갑게 느껴진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는 다 고만고만하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마음에 울려서 그런가 보다.


2020년엔 전 세계 모두가 힘든 경험을 했고, 아직도 하는 중이다.

선생님이 지금도 살아 계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을까?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선생님이 남긴 글들이

하늘의 섭리처럼 많은 사람들의 거칠어진 마음을 다독여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하고 평범한 문장들이 가진 힘을 온전하게 다룰 줄 아는 분이셨다.

박완서 선생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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