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 학살과 파괴, 새로운 질서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2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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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에 비해서 2차 세계대전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우리가 그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히틀러와 나치가 극동에선 일본이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1차 세계대전을 읽으면서 테일러의 글들이 치우침 없이 각 국가 간의 상황과 정치 상황들을 헤아려서 전쟁을 기술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기술되어 있을지 기대하는 바가 컸다.





2차 세계대전 역시 테일러의 글은 거침없는 기술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유럽에 국한된 것이었다.

동양에서 벌어지는 전쟁까지 세세하게 기술할 정보는 부족했던 거 같다.

곁가지로서만 다룬 기술에 조금 맥이 빠진다.


아마도 같은 전쟁 피해국의 자손으로서 뭔가 제외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 느껴지는 거 같다.

유럽과 미국, 소련에 대한 세심한 살핌들처럼 테일러의 시각으로 동양에서 벌어졌던 제2차 세계대전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가 컸던 거 같다.

돌이켜보건대 현존하던 세계 질서에 다소 만족하던 국가들과 그것을 변경하기 원하는 국가들 간의 다툼이 제2차 세계대전에 기본적인 양상을 부여했다.

1차 대전 이후의 유럽은 독일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지 못했고, 히틀러의 행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거 같다.

아마도 그들은 승리의 우월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 틈새에서 히틀러는 세력을 모으고 다지고 있었다.

게다가 소련에 대한 푸대접 역시 전쟁의 불씨를 살리는 결과가 되었다.


첫 번째 전쟁 이후 유럽은 민주주의와 파시즘의 대립으로 골이 파이고 있었다.

파시즘의 또 다른 변형이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를 만들었고, 나치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었다.

히틀러와 나치는 그들에게 '깡패'일뿐이었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이라는 부제답게 많은 생생한 자료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우리가 이름만 들었던 사람들을 사진으로 만나 볼 수 있고, 당시의 전세를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쟁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1차 대전을 마무리함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에서 제대로 배운 것은 없었던 거 같다.

2차 대전이 종전된 이후에도 전쟁의 마무리는 깔끔하지 않았다.


전승국들의 이익에 의해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의 징계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독일이 전후에 짊어져야 했던 전쟁의 책임을 일본은 거의 지지 않았다.

원폭의 피해로 인해 일본은 오히려 전쟁 피해국처럼 보였다.


전승국들 입장에서 동양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대수롭지 않았던 거 같다.

그들의 이익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만 제외하고는.

2차 세계대전을 겪어낸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목적 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고 그 목적들을 달성하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쟁이 수반한 모든 학살과 파괴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은 훌륭한 전쟁이었다.

나치의 압제와 일본의 압제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던 2차 세계대전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테일러의 서술 앞에서 생각해 본다.

이 이유가 과연 옳은 것인지.

성공했다는 결론이 전쟁에 대한 평가에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수많은 피를 흘리고, 수많은 목숨이 부질없이 사라진 전쟁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목적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도 A.J.P. 테일러 같은 사람이 있어서 우리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유럽의 시각에서 본 전쟁이 아니라

동양의 시각에서 본 제2차 세계대전을 제대로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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