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 유럽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의 탄생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1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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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진들이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사진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글로 서술할 때는 트로이 전쟁만큼이나 현재의 경험과는 동떨어진 학문적인 과제다. 하지만 사진은 사람들을 보여준다.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기도 했다. 우리가 이 전쟁을 더 잘 이해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당시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지만, 우리 자신은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A.J.P 테일러는 인기 있지만 논란 많은 역사가다.

독창적이며 치밀한 저술로 인류 역사상 가장 최근의 전쟁인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저술했다.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우리는 전쟁이 주는 참상을 직접 볼 수 있다.

단순한 기록일 거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테일러의 전쟁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솔직해서 놀랐다.


보통 이런 기록물에서 저자의 의견이 거의 없이 사실만 기록하는데 반해 이 이야기에서는 A.J.P 테일러의 한 줄 요약 같은 평들이 전쟁의 느낌을 대변하는 거 같다.


1914년 6월 28일.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살해된다.

그 일을 계기로 촉발된 7월 위기에서 각국이 외교적 술책으로 사용한 선전포고와 동원령이 결국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대목에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전쟁이 누구네 집 애들 싸움도 아니고.. 정치인들의 자존심 대결이 결국 어쩔 수 없는 수많은 목숨을 바치는 세계대전이 되었다는 사실.

정작 입으로 전쟁을 논했던 자들은 후방에서 탁상공론이나 해대며 전쟁을 다스렸지만(?) 정작 평화로운 삶을 살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총알받이가 되어 전쟁터에서 삶을 다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이 책은 각 연도별로 일어난 사건들과 전쟁으로 인해 달라진 점들, 각국의 관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달라지고 변화될 수밖에 없었던 모든 것에 대한 기록이다.


아무도 전쟁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묻지 않았다. 독일인들은 이기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고, 연합국은 지지 않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의 분명한 목표가 없었다.

분명한 목표가 없는 전쟁은 각 나라마다의 이해관계 때문에 세계대전으로 확대되고 말았다.

무능한 지휘관들은 정치적 싸움만 일삼았고, 실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책상 위에 펼쳐진 지도 위에서 숫자 놀음만 했을 뿐이었다.





1916년 2월 21일부터 6월 말 전투가 잦아들 때까지 자그마치 78개 사단이 베르됭이라는 도축장의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쓸모없는 곳을 치기 위해서

쓸모없는 곳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무명의 병사들이 죽음으로 값을 치렀다.


전략적 관점에서 솜므 전투는 돌이킬 수 없는 패배였다. 그래도 솜므 전투로 독일군의 사기가 꺾였다고 여겨지긴 한다.

솜므 전투로 독일과 영국의 투지가 꺾였다.

전쟁 자체를 위한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

무능한 지휘관들이 목적 없는 전쟁은 그렇게 계속되었다.

그 와중에도 정치는 계속 자신의 뱃속만 채웠다.

전쟁을 벌여놓고 그 무게는 시민들이 짊어지고 정치는 그저 싸움만 계속했다.

그 시대를 지나 이렇게 되짚어 보니 그 행색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거 같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고, 누구를 위한 죽음이었는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1917년은 정치 행동의 전통적인 기준을 깨고 나간 두 사람, 레닌과 우드로 윌슨의 해였다.

두 사람은 유토피아를 설파했고, 이 시점이 우리가 사는 세계가 탄생한 때였다. 근대적 인간의 존재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극적인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야 했고, 사회에서는 그들의 빈자리를 위해 또 다른 희생이 치러졌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기가 개발됐고, 그것이 산업 발달에 기여했다.

지지부진했던 전쟁으로 러시아는 레닌이 이끈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주의가 득세하게 되었다.


1918년 휴전이 성립되고 명분 없는 전쟁은 종식되었다.

전쟁은 많은 왕정국가를 공화국으로 만들었고, 공산주의를 불러왔으며 독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종식되었다.

그리고 남겨진 불씨는 또 다른 전쟁을 불러오게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읽기 전까지 머리 좀 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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