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던 그녀는 초상이라는 글에서 그녀 다운 시선을 나눠준다.
각각의 인물들의 어느 한 단면을 집어서 묘사한 초상.
작가적 시점에서 바라본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일 수도 있고, 늘 보던 사람일 수도 있고,
어느 지루한 파티에서 보았던 사람일 수도 있고, 평소에 심술궂은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사람일 수도 있다.
울프의 상상력이 빚어낸 인물들의 속내. 초상을 읽는 묘미다.
벽에 나 있는 못 자국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하는 울프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자려 하면 할수록 꼬리에 꼬리는 무는 생각처럼 벽에 난 구멍 하나를 보면서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결국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다.
버지니아 울프조차도! 그녀가 보고 싶은 대로 보았다.
그 못 자국의 실상은 전혀 다른 것이었고 어쩜 그건 울프의 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남긴 유산은 그녀의 글들이었다.
어쩜 그녀의 또 다른 일기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레너드를 사랑했고, 그만큼 또 다른 것을 사랑했을 수도 있으니.
울프는 많은 걸 사랑했고
또 그만큼 많은 걸 스스로 버렸다.
지금 이 시대에 울프가 살았더라면 자유로웠을까?
그리고 뭇사람들에게 이해받았을까?
어쩜 지금 세상에선 그런 모든 것들이 무의미했을 지도 모르지.
이해받기를 원한 게 아니라 아무런 관심도 받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한 마리 여린 새는
날아가는 대신 추락을 택했다.
스스로의 날개를 꺾어 버린 버지니아 울프.
그녀를 읽기 전 나는 울프가 21세기에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시대를 앞서 태어나서 이해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녀를 짧게 읽고 나서 그 섬세함의 정신은 21세기에서도 버티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한 댓글들이 쏟아내는 그녀에 대한 말.말.말. 들을 견뎌내지 못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