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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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가족 전부를.

무려 20년 동안이나.


사고로 부모님을 여읜 맥알리스터 형제들은 추모식을 위해 그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캠프 마코를 찾는다.

라이언, 마고, 메리, 케이트, 리디.

각자의 몫으로 받게 될 유산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있는 그들은 아버지의 유언장이 공개되고 나서 잊고 살았던 과거의 사건 속으로 함께 빠져들어간다.

마치 호수 한가운데에서 낡은 배가 침몰하듯.


션 부스는 캠프지기다.

라이언과 비슷한 연배인 그에겐 매춘부 엄마가 있었고, 어느 날 엄마가 죽음으로써 그는 맥알리스터씨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캠프에서 평생을 살았다. 캠프는 그의 전부였고, 그곳을 떠나서 무얼 할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형제들은 캠프를 팔아 치울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에게도 관심이 없었으니까.


20년 전 캠프에선 사고가 있었다.

마고의 친구였던 아만다가 머리를 가격 당한 채로 보트에서 발견되었다.

라이언이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으나 명확한 사유 없이 사건은 범인의 흔적도 모른채로 종결되었다.


캠프는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아버지는 라이언을 오랫동안 의심해 왔다.

아니 자식들 모두를 의심해 왔다. 그리고 유언장에서 그는 네 딸들에게 라이언의 처분을 맡긴다.

투표를 해서 라이언이 무죄가 되면 5명이 똑같이 캠프의 소유권을 나눠 갔지만 한 명이라도 유죄를 인정하면 라이언의 몫은 션에게로 간다.

유언장이 낭독되고 나서 그들은 각자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되새김질한다.





아만다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나머지 사람들의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되면서 20년 전의 그날과 현재를 이야기한다.


솔직하지 못했던 가족들 사이에서 각자 감추고 있었던 그날의 비밀은 무엇일까?


아만다의 이야기 끄트머리에 매번 새로운 사항이 추가되는 각 인물들의 연대표는 새로운 사항이 추가될 때마다 범인을 추적할 수 없게 된다.

모두가 의심스럽고, 모두가 믿을만한 이 모순된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이어진다.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을 범인으로 지정하고 나서 이제 알았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세 딸을 훌륭하게 키우면 앗아간 한 생명을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잘못된 생각일 수 있지만 라이언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그가 돌이킬 수는 없다. 인생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이야기를 읽고 나서 잠시 음미하다 보면 곳곳에 복선과 단서들이 흩뿌려져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족이 아닌 가까운 지인들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도 가족으로서 가져야 하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

다들 서로에 대한 의심과, 부정과, 불신으로 이루어진 맥알리스터 가족.

그들이 그렇게 된 건 부모들의 탓이었을까?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가 주는 몰입감이 좋은 작품이다.

금, 토, 일 3일의 시간 동안 각각의 인물들의 생각과 느낌과 기억들이 아주 오랜 시간을 넘나들게 만든다.


캠프엔 매번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딱히 그곳을 운영할 생각이 없었던 아버지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 채로 평생을 살았다.

엄마는 언제나 무심한 모습으로 유령처럼 존재했고, 아빠는 항상 사람들을 놀래키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어째서 자신이 해결하지 않고 그들에게 그날의 사건을 해결하도록 했을까?

그리고 션은 그들과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의 존재는 영원히 묻혔다.

절대 말하지 않아. 라는 소원을 싣고 저 푸른 하늘로 사라진 풍등처럼..

결국.

가족은 가족이었다.

절대 말하지 않음으로...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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