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2
스티븐 킹.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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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와 함께 현실 세계로 순간 이동을 했던 잭은 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울프 때문에 괴롭다.

게다가 몸에 열이 나고 아프기 시작하고, 달은 점점 차올라 울프의 변신 시기와도 가까워져 가고 정말 총체적 난국을 맞이한다.

하지만 울프는 잭을 잘 지켜내고 그들은 히치하이킹을 하며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어느 마을에서 경찰에게 붙들려 선라이트 홈에 갇히게 된다. 가출한 청소년들을 잡아다 놓고 갱생시킨다는 곳.

하지만 그곳 역시도 테라토리의 악마 손에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다.

울프와 잭은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잭은 막연하게나마 그가 하려는 일이 단순히 엄마를 구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부터 잭은 그보다 더 위대한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선한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 그는 이 모든 역경이 사람을 강인하게 만든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하기 시작했다.


열두 살 어린 소년의 모험은 단지 엄마의 목숨을 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악에 물든 세상을 구하는 것이었다.

여정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방해꾼들과 싸워가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소년의 뚝심은 그를 성장시켰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었다.


어른들이 아무리 자신의 욕심을 채워가려 해도 그것을 저지하려는 순수한 의도를 가진 아이에게는 이길 수 없다.

마치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와 싸워서 이기는 경우와 같다.

어른들의 계산된 순수함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순수함. 그것이야말로 소년들의 전유물이니까.


잭! 제이슨! 부적이 불렀다. 그것은 모든 세계에서 외쳤다. 나에게 와!

잭은 부적에게로 갔다. 마치 집으로 가는 것과도 같았다.


아름다운 세상과 그 아름다움이 짓밟힌 세상을 번갈아 보여주며 잭의 고달픈 여정은 계속된다.

울프에서 슬포트의 아들이자 어린시절부터 베프였던 리처드로 길동무가 바뀌면서 잭의 여정은 더욱더 잔인해진다.

도통 현실을 부정하던 리처드 역시 잭이 어릴 때부터 느끼고, 보아왔던 것들을 보았고, 리처드는 그 모든 것을 환각으로 치부해버렸다.

그 어린 마음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그의 눈을 감겨 버렸고, 애써 지워진 기억을 환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우정은 그들을 다시 묶어 놓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헤쳐 나아가게 만든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 맞게 될 뼈아픈 현실.

그것을 극복해 냈을 때 찾아오는 희망.


극한 판타지의 세계가 이 두 어린 소년들에게 너무나 비참하다고 생각했지만

성장통이란 그런 것이다.

믿었던 것에서 배신을 찾아내고, 외면했던 것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고, 어설프게 믿었던 것들에 대한 진실의 답을 찾는 것.

성장통은 그래서 한 인간을 단단하게 만들고, 올곧게 만들지.


부적은 모든 가능한 세계의 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들 그 자체이자 세계와 세계 사이의 공간까지도 아울렀다.


부적의 의미를 단순하게 찾았던 나로서는 이 대목에서 한층 더 넓어진 세계관과 마주쳤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단순하게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새롭게 태어나는 인간의 모습.

순수와 열정이 지켜낸 세상의 모습.

그것들을 잃고 욕심을 부렸을 때 보여지는 세상.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이 이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잭은 어떤 것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그것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순수한 아이들은 자기 것이 없다.

모든 걸 나누고 아낌없이 준다.

하지만 욕심이 생기는 순간부터 집착과 쟁취의 역사를 살게 된다.


잭 소여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판타지의 모험으로 생각했다가 갑자기 묵직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알지만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실천한 사람은 풍요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주위의 모든 것을 빈약하게 만들 것이다.


아마도 두 거장이 만들어 낸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내려놓기' 가 아닐까.


두 손 가득 쥐고서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려놓기.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이지만 다들 잊고 사는 것.


부적은 그런 것이다.

원하면 원할수록 멀리 사라지지만 무심할 땐 늘 곁에 지닐 수 있는 것.


병든 엄마는 병든 세상이다.

병든 세상을 고칠 수 있는 명약은 바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적은 내게 그렇게 읽혔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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