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2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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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행동을 다른 시대의 관점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오늘날이라면 신사의 수치로 여겨질 일도 그 시대에는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일이었으며, 좋은 집안의 자제들도 애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영국과의 전쟁을 앞두고 총사들과 다르타냥은 출정 준비를 위해 돈을 구하러 다닌다.

저 문장에도 있듯이 총사들의 돈 구하기는 모두 귀족 부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내는 것.

물론 한 시대의 행동을 다른 시대의 관점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보나시외 부인을 사랑한다던 다르타냥은 밀레디에게 푹~ 빠져서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밀레디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하녀 키티를 이용하는데~ 이것 역시도 그 시대를 이 시대의 관점으로 탓하지 않겠다.

하지만 다르타냥과 총사들의 사랑이란 갈대와도 같아서 밀레디 같은 여자들이 그걸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해석이 된다.





어쨌든 삼총사가 아니라 다르타냥이라는 제목이 어울릴 거 같은 이 이야기는 뒤마의 유머러스하고 신랄한 문체가 맹활약하는 작품이다.

게다가 밀레디라는 스파이의 활약이 대단해서 남자들의 마음을 책 보듯 들여다보고 화려한 언변과 완벽한 연기력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기 자신을 구하는 모습은 밉지만 대견하기도 하다.

난 지금 남자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어. 그들에게 나는 한낱 여자일 뿐이야.

여자답게 싸우자. 내 힘은 내 연약함 속에 있어.


남자들을 얼빠진 바보로 보이게 만드는 밀레디의 모습은 통쾌하기조차 하다.

고전에서 여성들은 매번 관습에 부딪히고, 남자들의 완력에 무너지고, 남자들의 세상에서 허무하게 사라져왔는데

밀레디의 능숙함은 그런 남자들을 조롱거리로 만든다.

그녀의 마지막이 비참한 것은 아마도 이 삼총사를 쓴 작가 역시나 남자였으므로 이야기 속에서 실컷 이용하다가 버린듯한 기분도 든다.


그동안 보아왔던 영화나 드라마 속 삼총사의 이야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와 신랄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원작이 주는 느낌은 가볍게 읽었지만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다는 데 묘미가 있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거 같지만 그들은 사랑은 얻지 못했다.

명예와 돈은 얻었을지 몰라도.


그동안 각색되어 온 삼총사만 보아와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몰랐는데

이제야 완역본을 읽으며 진짜 이야기를 읽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나도 쉴 새 없이 달린 기분이 든다.

다르타냥과 삼총사를 따라 말을 달리고, 밀레디를 따라 죽음에서 탈출하기 위해 눈물 연기를 해야 했고,

리셜리외 추기경의 정치적 수완을 보며 각색된 이야기에서 그가 맡은 악역은 온당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가 악당일 뿐이었다면 다르타냥은 총사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니까.


어느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 갈리는 법이다.

삼총사는 다르타냥을 도우며 자신들의 명예를 지킨다.

그들이 리셜리외 추기경의 근위대였다면 아마도 영국 공작과 내통한 왕비가 악인이었을 것이다.


고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옛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낭만을 누린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삼총사와 다르타냥도 충성스럽고 명예를 중히 여기지만 결국은 낭만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남았을 테지.

어쩜 그들 모두가 현존했던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삼총사 모두가 자신들의 본명을 쓰지 않았으니.

진실은 모두 뒤마가 무덤으로 가지고 갔으므로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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