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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동양의 삼국지에 도원결의가 있다면 서양의 삼총사에겐 결투가 있다!
다르타냥 (로시난테 2세를 타고 등장한 돈키호테의 이름은 다르타냥이었다.)
가스코뉴 청년 다르타냥은 아버지에게 받은 추천서를 들고 총사가 되기 위해 총사대의 트레빌 대장을 만나러 파리로 떠난다.
첫 페이지부터 물불 안 가리고 덤비는 급한 성격 탓에 중요한 편지를 잃어버리고, 대신에 중요 인물들의 접선(?)을 목격하는 행운을 걸머진다.
총사대의 트레빌을 찾아간 다르타냥은 그곳에서 자신의 추천서를 훔쳐 간 귀족을 발견하고 쫓아가다가
총사대 삼총사인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에게 같은 날 결투 신청을 한다.
아토스와는 카름데쇼 수도원 근처에서 정오에
포르투스와는 뢱상부르 궁 뒤에서 한 시에
아라미스와는 트레빌 씨 저택에서 두 시에
삼총사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 속에서 멋들어진 맵시를 자랑하는 총사들을 봐왔던 나는
원작에서의 삼총사에 대해 은근한 기대를 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면 뒤마의 유머러스함이다.
삼총사 1권에서 만나는 삼총사들은 가난에 시달리고, 술에 찌들고 노름으로 가진 것을 날려먹으며 귀부인들에게 빌붙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게다가 다들 젠척만 할 뿐 실제적으로 이 작품을 움직이는 인물은 다르타냥!
삼총사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
그러나.
삼총사 2가 있으니 기대를 해본다.
하나는 모두를 위해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ㅡ 이것이 우리의 좌우명이죠?
뒤마의 글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생기발랄하고, 유쾌하다.
다르타냥,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와 트레빌 대장 그리고 귀 얕은 왕과 비운의 여왕, 보나시외 부부
그리고 악의 축(?) 추기경과 적인 듯 적 아닌 버킹엄 공작, 그리고 아직 이름만 나왔으나 무시할 수 없는 밀레디.
이들의 음모와 술수와 정의로움이 한데 어우러져 읽는 이들을 정신없게 만든다.
게다가 삼총사 아닌 사총사의 하인들까지 뭐 하나 뺄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 볼 수 있다.
친구의 비밀, 특히 자존심 상하는 비밀을 폭로하면 우정을 잃게 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의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그 상대에게 어떤 정신적 우월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다르타냥은 장래의 계획을 세울 때 세 친구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을 작정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조종하는 데 도움이 될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을 미리 손에 넣어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르타냥!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루이 13세 시절의 연애 풍속도는 자유분방하다.
귀부인들과 귀족들은 모두 애인이 있어야 할 정도로.
정략결혼의 희생자인 왕비에게 연정을 품은 버킹엄 공작.
보나시외 부인에게 첫눈에 반한 다르타냥.
어느 귀부인과 열애 중인 아라미스와 포르투스까지.
게다가 추기경의 못된 짓이 왕비가 자신의 연정을 받아주지 않아서 비뚤어진 것이라니!
정신없이 사건을 향해 돌진하는 열혈청년 다르타냥과 아직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은 삼총사들의 진짜 활약은
삼총사 2부에서 다뤄질 거 같다.
고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문장들과 재미난 삽화들이 담겨 있고
양장의 표지가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워서 책을 받았을 때 더 애정이 가는 책이었다.
다만 달타냥으로 익숙해진 이름이 다르타냥으로 쓰여있어서 그것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제 겨우 '맛'을 보았으니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갈 차례이다.
긴 연휴에 삼총사와 함께 신나는 모험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