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과 모종의 딜을 한 황재하는 양승고라는 이름의 환관으로 새로운 신분을 부여받고 기왕전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특유의 추리력을 동원하여 장안을 불안에 떨게 했던 사건을 해결해낸다.
그렇게 기왕에게 신임을 받게 된 황재하는 황제에게도 눈도장을 찍게 되고 밖으로는 기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환관으로 소문이 난다.
황제는 기왕을 장가보내려 사주단자는 들이고 기왕은 황후 집안의 여식을 왕비로 선택한다.
하지만 왕비로 선택된 왕약에게는 뭔가 숨기는 기색이 보이고
기왕을 헤치기 위해 왕약에게 위해가 가해질 거라는 소문이 도는 와중에 왕약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그것도 기왕과 황재하의 눈앞에서.
과연 황재하는 또다시 기왕을 도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로맨스 추리소설이라고 내 맘대로 정해본다.
중국 소설답게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상당히 거창하고 낯간지러운 표현들이 많다.
그럼에도 닭살 돋는 대신에 마음이 달달해지는 느낌이 드니 이 찬 바람 부는 가을날에 녹녹하게 녹아드는 설레는 마음이 싫진 않다.
작년에 불어온 잠중록의 바람을 조금 늦게 탔다.
다들 왜 그렇게 허무맹랑한(그때까지 중국 소설은 거의 다 무협소설이라고만 생각하는 편견이 있었다.)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몰랐다.
아마도 그래서 읽기를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추리가 주를 이룬다는 소리에 독서카페 회원들과 함께 읽기에 도전했다.
음... 편견이란 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무지를 깨고 나온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추리와 스릴러로 단련된 마음이 달달함으로 코팅되었다.
남장을 하고 기왕전에 숨어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한 날을 기다리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풀어 헤치는 황재하의 멋진 모습이나
그런 황재하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려가고 있는 냉철한 장안남 이서백의 필까 말까 하는 사랑의 봉오리는 독자의 마음에 판을 깔아 놓았다.
게다가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과 그것을 추리해서 밝혀지는 사실들이 책을 읽는 맛을 배가한다.
이 모든 일이 가문을 위한 한 사람의 욕심과 한 여인의 운명에 대한 도전이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