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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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5가지 기적을 만나면 자기 별로 돌아갈 거라고 말하는 소녀가 있다.

온몸에 멍이 들고 더러운 옷을 입고 맨발로 숲에서 나타난 별빛을 머금은 아이 얼사.

유방암으로 유방을 제거하고 난소까지 제거 한 조류학자 조.

신경쇠약으로 세상과 단절하고 병든 엄마를 돌보며 농장 일을 하는 달걀 장수 게이브.

만날 일이 없을 거 같은 이들이 만났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이야기는 리뷰를 쓰기가 어렵다.

내 느낌이 꼭 사족 같아서.

한동안 내 감정이 메마르고 메말라서 사막처럼 버석버석 거린다고 표현하고 다녔다.

그 사막같이 버석한 가슴에 단비가 내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정확히 알지는 못했어. 그냥 그렇게 된거야. 헤트라예에서 온 사람들은 쿼크랑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내보내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지구인을 만나면 그걸 이용해서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거야.


상처는 상처를 알아보는 법이다.


서로의 상처에 끌려 서로를 보듬어 준 사람들 앞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들조차도.

그래서 얼사가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아니, 어린 왕자가 B612 소행성에서 왔다면 얼사는 메시에 101 즉 바람개비 은하에서 온 어린 공주였다.


아이큐 160의 이 어린 소녀는 어쩌다 외계인이 되었을까?

조는 숲에서 새 둥지를 관찰하며 논문 준비를 하고 있다.

얼사는 자신이 머물 둥지를 스스로 찾고 있었다.

평범한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얼사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어가는 조와 게이브는 얼사의 둥지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이런 조마조마 한 감정으로 읽고 있다가 갑자기 총성이 울리는 범죄현장이 나타난다.

세 주인공의 과거는 현재와 미래에 걸쳐있다.

스스로 해결해야만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인생의 문제들.

그것이 나만의 문제이든, 가족 때문에 생긴 일이든 극복하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하는 장애물.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표현하는 화려한 찬사들 앞에서 J.K 롤링의 해리 포터를 능가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했었다.

그리고 나는 어린 왕자를 능가하는 21세기 버전의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발견했다.

그 어떤 어른들 보다 똑똑하고, 그 어떤 어른들 보다 기적을 믿었던 작은 소녀의 이야기 때문에 내 마음이 촉촉해졌다.


어떤 이야기는 읽고 나면 마음이 단단해진다.

좀 더 세상사에 단도리가 되어진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마음을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처럼 만들어 놓는다.


요란하게 천둥이 치고 비가 창문을 때렸다. 조는 얼사를 자신의 안전한 둥지에 품었고, 그 모습을 운명이 지켜보았다.


첫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건조하게 굳어 있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가족의 의미

우정의 의미

사랑의 의미

믿음의 의미

이 모든 의미를 다시 점검해보게 해주는 이야기다.


좋은 이야기가 주는 따뜻한 에너지가 이 책엔 별빛처럼 담겨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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