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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시는 마음챙김의 소중한 도구이다.
류시화 시인의 시에 대한 마음이 엿보이는 글이다.
이 시집은 류시화 님이 여러 시인들의 시들을 모아 엮은 시집이다.
30년간 인도 여행을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도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낮에는 육체 노동을 하고 밤에는 제주도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시들을 골랐다.
서로의 마을을 다독일 수 있는 그런 시들을...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아우성친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당신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내 스스로 나가지 않는 것과 나다니지 말라고 해서 못 나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나 역식 집순이를 자청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외출을 삼가라는 뉴스를 듣고, 안전 문자를 받을 때마다 갑갑함을 느낀다.
코로나는 인류의 역사에 분명 획을 그었다.
강이 흐르듯이
살고 싶다.
자신이 펼쳐 나가는
놀라움에 이끌려
흘러가는.
존 오도나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었다.
몸은 비록 자유롭지 못하나 마음과 정신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류시화 님이 이 시들을 고른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가슴은 문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그 문 앞에서 서서 '왜?'를 물을지라도 모든 순간을 기꺼이 초대할 수 있도록.
멋진 글이다.
류시인이 고른 시들이 우리의 가슴에 문이 되어 시에서 느껴지는 모든 순간들을 내 마음으로 초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 보다는 소설을 주로 읽는 나로서는 가을 문턱에서 받아 본 이 시집이 생각이 멈춘 생각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함축적인 문장 앞에서 생각하지 못할 것은 없으니...
시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시를 읽으며 꼭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는 그저 느끼면 된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글귀 하나
내 마음에 들어와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하나를 놓고 사라진다 해도
그것만으로 시가 나에게 주려는 느낌은 분명하다.
시가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뇌리로 사라진다 해도
그래서 그것을 기억할 수 없다 해도
시어가 지나간 그 길에는 반드시 자국이 남을 터.
그 자국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많은 문을 열게 될 테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내가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한 권의 시에서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시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음에
그것만으로 충만해지는 시집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