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책 읽어드립니다, 임기응변의 지혜, 한 권으로 충분한 삼국지
나관중 지음,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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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들어가기 전의 겨울방학이었던 거 같다.

거실장 제일 위쪽에 꽂혀 있던 두꺼운 책 6권.

호기심에 꺼내 보았는데 앞장에 화려한 모습의 인물화가 그려져 있었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등.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서 그려 놓은 그 그림들에 혹해서 읽었던 오래된 삼국지.

그럼에도 나는 그걸 다 읽어 버렸다. 이야기에 푹 빠져서 조조는 나쁜 놈. 유비는 좋은 사람이라는 공식으로.


어른이 되어 읽은 삼국지에서 내 눈에 띈 건 조조였다.

어릴 땐 무조건 나쁜 놈으로 상징되었던 조조의 모습에 새롭게 눈을 떴다.

그의 용병술과, 적재적소에 사람을 써먹고, 제갈량에 못지않은 지략을 펼칠 줄 알았던 인재였다.

그에 비해 유비는 예전과는 다르게 뭔가 답답하고, 하는 일 없이 말만 앞세우면서 착한 척은 혼자 다하지만 실속이 없는 그런 인물이 되어 있었다.

방통과 제갈량, 관우, 장비, 조운, 마초까지 얻고도 뜨뜻 미지근한 우유부단함으로 삼국 통일을 이루지 못한 건 유비의 탓이었다.

만약 조조였다면 머뭇거리지 않았을 터.

의리를 내세웠지만 그건 의리가 아닌 비겁이었다고 본다.

사람들에게 욕먹을게 두려워 거절하다 결국은 꿈(?)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삼국 통일이 유비의 꿈인지 제갈량의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은 어찌하여 주유를 나게 하고 또 제갈량이 나게 했단 말인가!

삼국지 하면 도원결의와 적벽대전, 출사표 3가지 키워드가 떠오른다.

도원결의는 유비, 관우, 장비가 형 제의로 한날한시에 죽기로 맹세한 장면으로 삼국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적벽대전은 조조, 유비, 손권의 삼각구조가 첫 대결을 하는 장면으로 호기롭게 동오을 치려고 내려온 조조의 군대를

제갈량이 하늘에 빌어 동남풍을 일게 하여 화공으로 물리치는데 도망가는 조조가 웃어 젖힐 때마다 촉군이 나타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광경이 압권이다.

예전 읽었던 삼국지에서는 조조의 웃음을 "깔깔깔~' 표현하여서 저 웃음소리만 나면 뭔가가 나타날 조짐이 보여서 스릴 있던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 스타북스의 편역본에서는 웃음소리가 표현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게다가 주유와 제갈량의 견제는 번번이 제갈량의 승리로 끝나는데 그걸 지켜보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면서 주유의 저 탄식이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갈량의 명문장이 돋보이는 출사표.

제갈량이 위를 토벌하러 출정하기 위해 한중왕 유선에게 올린 글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 문장이 빠져있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스타북스의 삼국지는 방대한 삼국지의 내용을 한 권에 잘 추려 넣었다.

그래서 삼국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시간이 없어서 방대한 글을 읽기 힘든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삼국지를 여러 번 읽은 내가 읽어도 부족한 부분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아서 단기간 삼국지의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책인 거 같다.


많은 인물과 사건 사고가 담겨 있는 삼국지는 세상의 일과 인간의 일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삼국지의 인물들이 전쟁을 하기 위해 벌이는 지략, 계략, 공모, 배신, 충성, 의리, 사람을 대하는 방법, 그 방법의 차이가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읽으며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오랜만에 삼국지를 읽게 되니 그동안 또 내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삼국지의 인물들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을 보면서 살아가면서 같은 책을 주기적으로 읽었을 때 스스로가 어떤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번 삼국지에서 나는 모든 것은 인간이 원하는 것에서 일구어지지만 결코 인간의 뜻대로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조조도, 유비도, 손권도 그들의 욕망이나 그들을 받쳐주는 주변인들의 힘이 모자라서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다. 그때가 있는 법.

씨를 뿌리는 사람과, 그걸 잘 가꾸는 사람과, 결국 그 열매를 따 먹는 사람이 결코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걸 배웠다.

모든 사물에 주인이 따로 있듯이

세상사의 주인도 따로 있는 법이다.


삼국지는 읽을 때마다 내게 새로운 지혜를 준다.

집콕하고 있는 이 시점에 삼국지를 읽으며 마음만이라도 거대하고 위대한 전쟁터에서 달려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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