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라리 결석을 할까? ㅣ 중학 생활 날개 달기 1
이명랑 지음 / 애플북스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졸업 후 혼자만 다른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윤현정.
첫 체육시간이 있는 날 하필이면 생리가 터진다.
생리통이 심한 현정이에겐 반에서 제일 불량한 남학생 이태양이 짝이다.
초등학교 때는 담임 선생님에게만 얘기하면 끝났는데
중학교에 오니 매 과목마다 선생님이 달라져서 매번 생리통이라고 얘기해야 하는 불편함과 동시에
남학생 짝이 옆에 앉아서 계속 시시콜콜 간섭을 하니 현정이는 정말 죽을 맛이다.
게다가 현정이가 양호실에 있는 동안 부탁하지도 않은 급식 당번을 턱~ 하니 맡아 놓고 고마워하라는 막무가내 이태양과 현정이 속도 모르고 오해하는 중학교 올라와서 간신히(?) 사귄 여자 친구들의 냉랭함이 현정이를 더 힘들게 한다.
현정이의 중학교 생활은 과연 평온할 수 있을까?
이명랑 작가의 청소년 소설이다.
대학생 두 아이의 엄마인 이명랑 작가의 이 글을 읽는 동안 현정이가 처한 사항이 나와 같아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나도 나 혼자만 다른 중학교에 배정되어서 이미 같은 학교에서 온 대다수의 아이들 무리에서 혼자만 동떨어져서 서먹서먹했던 기억이 났다.
나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아이들은 생리하는 것에 대해 창피함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래도 나는 여학교라 덜했는데 현정이는 남녀공학이니 남학생들 앞에서 생리통이나 생리에 대한 얘기 자체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게다가 오지랖 넓은 짝꿍의 참견 때문에 학교 가기가 더더욱 싫었던 현정이었다.
"근데 넌 날개 달린 생리대 쓰냐, 일자 생리대 쓰냐?"고 능글맞게 웃으며 장난치듯 물어보던 이태양 얼굴이 자꾸 생각났다.
남녀의 차이에 대한 수행평가를 태양이와 한 조로 받게 된 현정이는 생리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 현정이를 불러낸 태양이는 자그마한 행복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데려온다.
그리고 그날 현정이는 태양이의 다른 모습을 본다.
그런데 여자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너무 당연한 것이 남자에게는 너무 낯설고 신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 주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거구나. 싶었다.
태양이는 현정이를 배려해 수행평가 자료를 다 준비하고
이 자료를 통해서 현정이는 반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게 된다.
누나가 둘인 태잉은 여자들의 생리통에 정통했다.
아픈 누나들 대신 집안일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생리대까지 사다 주는 자상한 남자. 이태양~
현정이는 이 수업 이후로 중학교 생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쌓인 오해들을 풀어내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중학생들이 읽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나름 유익했다.
남자들은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모르는 여자의 마음.
여자들은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모르는 남자의 마음.
서로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알기 전까지 그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가까워지지 못했다.
동성끼리도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모른 체 오해만 쌓아가면 결국 톨이 킬 수 없는 관계를 만들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사소한 오해들은 풀어가기 바란다.
그러려면 먼저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간지 이제 일주일밖에 안된 현정이는 그렇게 새로운 인간관계 속으로 한 발짝을 떼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현정이의 중학교 생활이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