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매력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당시 시대적 상황도 알 수 있고, 당시 사람들의 생각들도 알 수 있다는 데 있다.
옛사람들이 더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그때의 삶이 그랬던 거겠지만.
법과 정치도 지금과는 다르지만 어느 면에서는 정말 한치도 틀리지 않다.
디킨스 시대와 21세기 사이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인간의 본성이 직접적인 것에서 간접적인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일 뿐.
신사 중의 신사 픽윅씨는 하인을 얻기 위해 하숙집 바델 부인에게 너무 신사적(?)으로 얘길 하는 바람에 그녀가 청혼을 한다고 오해하게 만든다.
그렇게 오해한 바델 부인은 그 시대 여자들이 그 상황에서 늘 그렇듯이 픽윅씨의 가슴으로 쓰러지며 기절한다.
이 일을 계기로 바델 부인은 픽윅씨를 혼인 빙자 혐의로 고소한다.
픽윅씨에게 일어나는 일들 중에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픽윅씨의 하인으로 일하게 될 새뮤얼 웰러는 원래 구두닦이였다.
나는 이 인물이 이 작품에서 가장 맘에 든다. 꽤 현실적이면서 기민한 캐릭터라 이 어리버리한 신사분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샘도 징글의 하인이라고 자칭하는 자에게 속아서 픽윅씨의 명예를 크게 실추 시킨다.
이 여행기의 진정한 의미는 아버지 같은 픽윅씨가 젊은 신사들과 함께 여행하며 겪는 일들에서 픽윅씨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처음엔 너무 세상 물정 모르는 신사들이 거들먹 거리며 세상 구경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적는 단순 여행기로만 생각했지만
그 시대에서 올바르게 사는 법을 신사분들이 잘 보여 주고 있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은 비단 자신만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뜻이 아니다.
나뿐 아니라 상대방의 명예까지 지켜주려는 마음이 이해되면서 이 여행기의 진정한 의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이 신사분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된다.
유쾌한 여행기로 시작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픽윅 클럽 여행기.
찰스 디킨스는 역시 풍자 속에 날카로움과 진실과 섬뜩함을 두루 담아 놓았다.
1,256페이지의 두께이지만 읽는 동안 지루함은 없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짝꿍과 함께 읽은 픽윅 클럽 여행기.
찰스 디킨스의 글을 단편들만 읽다가 이렇게 긴 글을 읽은 기분이 즐겁다.
픽윅 클럽 여행기 속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들에서 디킨스의 매력을 풍요롭게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