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2 - 마거릿 애트우드

도둑 신부 2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4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도둑 신부라.... 로즈는 생각한다. 뭐, 안 될 것도 없지. 신랑들도 어디 한번 혼 좀 나 보라지. 어두컴컴한 숲속 대저택에 숨어서 순진한 사람들을 잡아먹고, 젊은이들을 꼬드겨 그 사악한 가마솥에 빠뜨리는 도둑 신부. 지니아 같은 종족.

1부에서 토니와 캐리스를 중심으로 지니아와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면 2부는 로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든 걸 다 가진 로즈.

하지만 그 안에서 로즈는 사랑하는 남편 미치의 바람기 때문에 고통받는 삶을 산다.

쉴 새 없이 바람을 피우는 남편의 뒤치다꺼리도 해치워야 하는 로즈의 삶은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이 속으로는 언제 파괴될지 위태위태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녀의 쌍둥이 아이들은 모두 이야기 속의 그를 그녀로 바꾸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도둑 신랑의 이야기도 도둑 신부로 바꿔 읽어 주어야 한다.

로즈의 삶이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람을 피워도 언제나 돌아왔던 남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 상대가 지니아였기 때문에.

그런데 로즈와 지니아의 이야기는 훨씬 이전에 시작됐다. 로즈는 전혀 모르는 사이 지니아의 머릿속에서.

그림 형제의 도둑 신랑에선 순진한 처녀가 자신에게 청혼한 남자의 초대를 받아 내키지 않지만 그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은 식인 살인마들의 소굴이었다. 그곳에 있던 노파의 도움으로 그녀는 살인마들의 소굴을 빠져나온다.

토니, 캐리스, 로즈.

그들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들에게 묶여 있었다.

누구라도 진심으로 그녀들을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면 지니아를 따라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지니아는 그녀들에게 노파 같은 존재였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며 버림받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던 여자들을 해방 시켜 준 존재.

그래서 그녀들에게 지니아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존재였지만

또한 모든 것을 되돌려 준 존재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녀들은 그전 보다 훨씬 당당하고 자연스러울 테니.

그녀는 지니아를 떠올리며 뜻밖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상하게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뭐가 고마운 걸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녀는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세 사람의 인생에서 지니아는 영원히 사라졌다.

그리고 영원히 새겨졌다.

지니아의 죽음은 그녀들의 마음에 얼룩으로 남을 것이다.

영원히.

애트우드가 던져둔 문학이 주는 은유를 맘껏 즐길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