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노예 12년 - 1892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솔로몬 노섭 지음, 원은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너무 무지했다. 어쩌면 너무 자유로웠는지도 모른다.

 

솔로몬 노섭.

자유주에서 자유민으로 태어났다.

성실한 삶을 살던 솔로몬은 아내와 세 아이가 있는 가장이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점차 나아지는 삶을 맛보고 있던 참이었다.

어느 날

서커스단의 일원이라는 두 남자에게 속아 길을 떠나기 전까지는.

 

자유인에서 한순간 노예가 된 솔로몬은 플랫이란 이름으로 남부의 농장으로 팔려간다.

북부와 남부의 흑인에 대한 태도는 너무나 달랐다.

마치 다른 나라처럼.

 

노예제도가 합법화된 남부와 흑인들이 자유인 신분으로 자신만의 가정을 일굴 수 있는 북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노예생활.

매일매일 이유 없이 가해지는 채찍질.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쉬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일만 해야 하는 상황.

 

플랫은 매일매일 탈출을 꿈꾸지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이름이 솔로몬이고 자유인이라는 걸 밝혔다가 죽음 문턱까지 다녀온 후로 그는 플랫으로 살았다.

바이올린 솜씨로 가외의 돈을 벌며 언젠가 탈출할 계획을 매일매일 세워나갔다.

그가 진정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날 때까지.

 

 

 

 

인간적인 주인을 만나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평화로운 시절은 그저 잠깐

그는 10여 년간 혹독한 주인 밑에서 힘겨운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자유인으로 살다 12년간 노예의 삶을 살았던 솔로몬 노섭의 실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적힌 내용은 끔찍한 그 자체이지만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잔인하고 무정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억압받는 자들의 신에게 내 몸을 맡긴 채, 족쇄를 찬 손에 머리를 묻고 서럽게 오열했다.

 

이 이야기는 한 시대 미국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백인의 재산이 된 노예.

낙인을 찍고, 매일 채찍으로 길들이고, 잠시의 쉬는 시간도 허락하지 않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부려먹을 수 있을 때까지 부려먹는 행위들.

흑인을 원숭이보다도 못하게 생각하는 백인 농장주들의 악랄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두려움을 느꼈던 부분이 있다.

 

이렇게 흑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주입받으며 자라니, 백인들이 무정하고 잔인한 족속이 되어 버린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보고 배운 대로 자라는 아이들이 결국 그들의 주인이 되어 부모와 조부모가 하던 대로 그들을 대한다.

플랫은 그런 모습들을 마치 제3자의 입장처럼 그려낸다.

 

격정적이지도, 분노를 내뿜지도 않는 이 담담한 무채색 같은 이야기는 그렇게 서서히 읽는 사람의 마음에 물들어 간다.

나도 모르게 채찍질 장면에서 움찔거리고

이유 없이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얼마나 많은 흑인들이 노예라는 이름으로 죽어갔을까! 

 

 

 

 

어쩌면

이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기 위해 신들이 솔로몬의 인생 한 귀퉁이를 그 악몽 같은 이야기에 안배했나 보다.

감정적이지 않고, 현명하게 살아낼 지혜와 인내를 가진 솔로몬은 살아서 그 지옥을 견뎌내었고, 그들의 실상을 이렇게 오랜 세월까지 읽힐 수 있게 낱낱이 밝혀 주었다.

 

영화에서 보던 남부의 목화밭과 사탕수수 밭에

셀 수 없이 많은 눈물과 한숨과 억울한 죽음들이 담겨 있었다.

 

살아낸 것이 기적 같은 이 이야기에도 훈훈함은 있다.

솔로몬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그를 도와준 백인 배스.

그는 캐나다인이었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사람이었지만 부당함을 이해하고, 누군가를 도울 마음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읽지 못했을 것이고

솔로몬 노섭이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현실은 언제나 영화나 소설 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끔찍하고 살벌하다.

소설이라면 과장되었으리라 생각했을 텐데

사실을 조금이라도 덜 써 내려갔을 이 이야기가 21세기를 사는 나에게도 채찍질을 해댄다.

 

사람은 누구나 다 평등한 것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