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미래를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12편의 이야기는 내가 아는 모든 상상력보다 한 단계 위에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오는 불멸의 삶.
디지털 이민자로 살 것인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것인지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삶을 택하게 될까?
많은 인간이 디지털 이민자가 됨으로 인해 퇴보되는 문명.
그 문명을 이어가기로 결심한 사람들 그들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육신은 사라지고 정신만 남아 있다고 착각하는 인공지능들의 회유는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다.
가보지 않은 세상에 대한 환상은 달콤할수록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켄 리우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미래로의 여행을 미리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인류가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배운 거 같다.
보통은 암울한 미래를 얘기하는 글들은 상당히 폭력적이고 거칠다.
켄 리우의 이야기에서는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없다.
그의 철학적인 이야기들에선 온기가 느껴진다.
어떤 이야기에서도 "인간성"과 "인간애"에 대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다.
싱귤래리티 3부작은 나에게 더 넓은 세계관을 갖게 만들었다.
이 글들을 읽는 동안 나는 나의 한계치 보다 더 크고, 더 높고, 더 넓은 무언가에 마주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심오하지만 어렵지 않고, 암울하지만 철학적이다.
거칠어진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들 앞에서 인간으로서 잊거나,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밉상인 인간들마저 측은지심을 발휘하게 하는 글 앞에서 스스로 경건해진다.
어째서 켄 리우에게 열광하는지 이제야 알 거 같다.
테드 창이 이성적인 이야기꾼이라면 켄 리우는 감성적인 철학자 같다.
표지부터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뽐내더니
표지에서 받은 그 느낌 그대로의 이야기가 나를 잠시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간다.
나는 그가 말하려는 바를 오래 음미하고 싶다.
그가 그린 미래에서 나는 인간성이, 이 짧은 육신의 시절이 왜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아 갔다.
그 어떤 이야기에서 표현되는 세상의 종말 보다 켄 리우의 종말이 훨씬 조용하다.
하지만 그 잔인함의 강도는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