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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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말하길 인간을 망가뜨리는 건 증오와 가슴에 맺힌 응어리라고 한다. 아니다. 인간을 망가뜨리는 건 희망이다. 기생충처럼 안에서부터 갉아먹는다. 상어 위에 매달린 미끼처럼 만든다. 하지만 희망이 인간을 죽이지는 않는다. 희망이 그 정도로 친절하지는 않다.

 

고속도로 휴게실, 캠핑카, 달리는 차, 고속도로, 납치, 희망.

어딘가에 있다는,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그 부질없는 희망.

고속도로를 달리듯이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만났다.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 펼쳐지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도처에 숨어 있는 이야기 한 편.

다 읽고 나면 한 편의 이야기를 읽은 것인지 여러 편의 이야기를 종합한 것인지 모르게 된다.

디 아더 피플은 더더욱이.

 

다크 웹.

그 안에 그들이 있다. 디 아더 피플.

내 복수를 대신해주고 그에 대한 빚으로 그들이 원할 때 나도 누군가의 복수를 해줘야 한다.

모든 정상적인 것들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완벽하게 움직이는 알 수 없는 조직.

 

게이브는 그날 이상한 광고 전단지를 덕지덕지 붙인 자동차 뒷좌석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딸 이지를 본다.

설마설마하면서 따라가지만 놓쳐버리고 집으로 전화했을 때는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아내와 딸은 무참히 살해되었고, 경찰은 그를 용의 자로 몰았다.

아무도 그를 믿어 주지 않았고, 그의 과거지사도 털렸다.

 

딸이 살아있다고 말해도 그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고속도로를 전전하는 운전자가 되었다.

딸이 사라진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전전하며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3년 동안.

 

쵸크맨으로 신성같이 나타나 그 해 여름을 흔들어 놓았던 튜더.

애니가 돌아왔다로 작년에 무수한 의혹(?)을 남겼던 그녀가 그보다 더한 이야기로 찾아왔다.

이쯤 하면 여름의 전령쯤 되려나?

 

죄를 짓고도 합당한 벌을 받지 않는 범죄자가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무참히 죽이고도 사소한 벌만 받고 풀려나는 범인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기 디 아더 피플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하지만 당신은 그들을 모른체하는 편이 낫습니다.

당신도 온전하지 못할 테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게 그들의 모토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한데 모이는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튜더만의 방식이 서서히 성립되는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다.

뭔가 독자들이 다 읽고도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를 하나 심어 놓으므로써 내내 자신을 기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능력.

그것이 바로 튜더스러움이다.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이 어쩌다 사고를 내고

어쩌다 일상을 벗어나게 되는 과정이 모질게 그려졌다.

 

인생은 공평하지가 않지. 평범한 사람들이 항상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맞는 말이라서 더 아프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틈새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디 아더 피플은 과연 정의일까?

아니면 정의를 빙자한 자들의 살인 게임일까?

알 수 없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그냥 커다란 떡밥이 하나 던져진 거 같다.

몇 년 후에 살이 붙어서 돌아올지 모르는.

 

인간은 궁지에 몰리기 전까지는 자신의 진정한 한계를 알지 못하는 법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가장 잔인한 행위는 가장 위해단 사랑의 소산이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답은 당신의 그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영원히 모르는 게 낫다.

이런 일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만 알고 싶으니까.

 

C. J. 튜더는 이번 여름에도 무더위를 시간순삭 하게 해주는 이야기를 들고 왔다.

이미 다음 작품을 집필 중에 있다고 하니 그녀의 왕성한 작품욕이 쉬이 가시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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