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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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보지 못할 그 길에 사랑을 느꼈다. 참으로 좋고 유익한 길이었다.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좋고 유익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얼마나 부서지기 쉽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모든 것들이.

 

 

스트립 클럽 마스 룸에서 일하던 로미 홀.

그녀는 몇 달 동안 스토킹 해온 커트 케네디의 머리를 내려쳤다.

타이어 공구로.

그리고 그 장소에 로미의 아들 잭슨이 있었다.

두 번의 종신형을 언도받은 로미는 스탠빌 교도소로 보내진다.

 

 

 

당신은 나를 기다리던 커트 케네디를 발견한 그 밤에 내 운명이 결정됐다고 판단할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 내 운명을 결정지은 건 재판과 판사와 검사와 국선변호인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 레이철 쿠시너는 범죄와 처벌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자 범죄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교도소와 법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교도소의 상황은 굉장히 디테일하다.

마치 작가가 직접 수감생활을 하고 쓴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의 범죄행위도 사실처럼 느껴진다.

 

갇혀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자유로웠던 시간에 대한 향수.

거의 왕래 없던 엄마가 법정에 있는 걸 봤을 때 느끼는 안도감.

그녀에게 소중한 아들 잭슨 곁에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는데..

그 엄마마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홀로 남은 아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로미.

그런 로미에게 일말의 동정도 보이지 않는 교도관들.

아무도 로미의 괴로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날도, 그날 이후도...

 

 

 

사람들 대부분이 자백을 하는 이유가 교도소에서 평생을 썩고 싶지 않아서라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두 번의 종신형.

로미는 가석방조차도 허락받지 못한다.

남은 생은 전부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로미는 사람을 죽였다.

그건 사실이다.

그것에 대한 죗값은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 남자는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

그녀를 한계점을 몰아붙인 커크 케네디는 과연 무죄인가? 

 

 

 

 

 

책을 읽는 내내 갇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들은 사실적이고, 직접적이고, 이해할 수 없었다.

가난과 범죄는 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죄를 물어야 하는 법은 진정한 죄를 보지 못한다.

 

로미가 제대로 된 변호를 받았다면 정상 참작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미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국가 교정 시스템은 과연 올바르게 운영되고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였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위트는 번역임에도 그 느낌들이 와닿는다.

아마도 영어를 잘해서 원서로 읽는다면 그 묘미를 더 잘 알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가들로부터 눈여김을 받고 있는 레이철 쿠시너.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소설 속에서 버무려진 사실들이 읽고 나면 점점히 더 박혀오는 이야기다.

 

억울한 죽음도, 억울한 죄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로미가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그 사실이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법은 공정하게 펼쳐져야 하지만 그리 공정하게 흘러가진 않는 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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