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알고 있다 다카노 시리즈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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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는 무엇을 손에 넣었을까? 문득 야나기도 이곳 홍콩에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도시를, 아니 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야나기의 모습이 보였다.

 

 

<숲은 알고 있다>는 요시다 슈이치의 다카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이지만 다카노의 과거로 돌아가기 때문에 사실상 첫 번째 이야기라 해도 무관하다.

외딴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다카노와 야나기.

야나기에게는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 간타가 있다.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 두 소년에겐 은밀한 비밀이 있다.

바로 그들이 산업 스파이라는 것이다. AN 통신에 속해 있는 이들은 어릴 때부터 그들 손에 길러져 스파이로 자란다.

18살이 됨과 동시에 임무를 부여받고 본격적인 스파이가 된다.

서른다섯까지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다카노의 과거는 끔찍했다.

그 끔찍함을 잊고 새롭게 시작한 인생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언제나 감시의 눈과 언제나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조직의 조직원들에게 희망찬 앞날 같은 것은 사치다.

다카노에게도 한줄기 빛 같은 풋사랑이 찾아오지만 그것조차도 사랑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다카노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런 다카노에게 야나기와 간토는 형제와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나기는 다카노에게 자신은 탈출할 거라 말하며 자신이 없어지면 동생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말도 없이 야나기는 섬에서 자취를 감춘다.

18살이 되면 본격적으로 조직을 위해 일해야 하는 그들의 가슴에 조직은 폭탄을 심는다.

24시간 안에 연락이 닿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세계적인 물 메이저 기업인 'V.O. 에퀴'와 일본의 '니치오 파워'가 손을 잡으려 한다. 그럴 경우, 어떤 그림이 떠오르나?

 

 

수도사업을 민영화시켜서 이득을 보려는 기업들이 수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의 땅을 사들인다.

그것을 염탐하고 정보를 취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거는 곳에다 판다.

이런 작업을 하는 자들이 모인 곳이 바로 AN 통신 조직이다.

조직에 쓸모 있는 자들은 아낌없이 써먹고, 쓸모없는 자들은 가차 없이 쳐내는.

겉으로는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하지만 그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애초에 없었다.

오직 그들을 이용하려는 자들만 모여 있는 곳이었다.

결국 야나기의 배신은 혼자 이룬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야나기를 꼬셔서 조직을 배신하게 한 것이었다.

다나카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될까?

잔잔한 섬 풍경 사이로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일들은 미끼에 지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가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의 재미는 배신과 함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쿄, 방콕, 홍콩, 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배경이 이 작품의 스케일을 짐작케 한다.

다카노에게 사랑은 사치인 걸까?

아니면 조직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그의 전략인 걸까?

내가 네 앞에 있었던 걸, 내가 이 섬에 있었던 걸..... 전부 기억해줘. 시오리가 기억해주면 좋겠어.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조직의 그 누구도.

철저하게 혼자여야 하는 다카노에겐 그를 진정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 자신을 맡아 주었던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는 날이 올까?

 

그러나 자기 자신 이외의 인간은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에는 아직 도망갈 길이 남아 있다.

오직 한 사람, 자기 자신만은 믿어도 된다는 뜻이다.

 

 

다카노의 앞날에 어떤 일들이 있을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배신과 음모가 내내 따라다닐 거라는 건 알 수 있다.

그가 그 모진 생존의 그물 속에서도 삶의 의지로 찾아낼 수 있는 안테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살아남아 조직을 떠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지켜줄 수 있는 신호를 보내는 안테나.

그들이 공항에서 만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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