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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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사는 네 가지 색깔의 물고기들은 서로 다른 종교를 거진, 이 도시에 살던 네 종류의 사람들이랍니다. 흰색은 이슬람교도들이고, 빨간색은 불을 숭배하는 페르시아인, 파란색은 기독교인, 그리고 노란색은 유대인들이지요.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라고도 불린다.

왕비의 배신으로 여자들을 믿지 못하게 된 왕은 매일 결혼하고 첫날밤을 치르고 나면 다음날 신부를 죽인다.

백성들은 두려워하고 매일 왕과 하룻밤을 지낸 여자들을 죽이던 재상도 마음이 편치 않을 그때

재상의 딸인 셰에라자드가 스스로 왕과 결혼하기를 자처한다.

재상은 극구 말리지만 딸의 결심을 바꾸지 못하고 슬퍼하며 셰에라자드를 왕에게 시집을 보낸다.

셰에라자드는 꾀를 써서 동생에게 자기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러 와서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청을 넣으라 귀띔한다.

왕과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일찍 동생이 찾아와 마지막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청하고 왕은 셰에라자드가 동생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허락한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천일야화다.

1000일 동안 죽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해야 했던 셰에라자드의 본 마음은 어땠을까?

왕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훨씬 재밌게 만들려 고심했을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이 이야기에는 배신과 나눔과 베풂,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 26편을 엄선해 담은 현대지성 클래식엔 멋진 삽화가 담겨 있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르네 볼의 이국적 삽화들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나의 부는 노력 없이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밧드는 7번의 여행에서 모두 죽을뻔하지만 살아 돌아온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신밧드는 자신의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덕을 베푼다.

그가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막대한 부를 벌어오는 이유도 어쩜 그것에 있지 않을까?

혼자 독식하지 않고 어려운 이들을 도움으로써 자신이 가진 것을 더 값있게 쓴 결과로 무서운 여행지에서 죽지 않고 살아올 수 있는 것이고, 부자가 되는 발판을 마련했던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알라딘은 디즈니가 아주 잘 각색해 놓은 이야기만 보다가 날것의 이야기를 읽어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알라딘의 배경이 나는 여태 중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중국으로 나온다.

알라딘이 중국에 살았다니~ 정말 뜻밖의 정보다!

옛 페르시아에선 중국이 신비롭고 먼 나라였나 보다.

우리가 옛 페르시아를 생각하듯이.

그래서 그런지 중국 배경의 알라딘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그로 인해 읽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이 아라비안 나이트에 담긴 모든 이야기에는 남의 것을 탐내지 말고, 신의를 어기지 말고, 가진 것을 나누고 사랑을 지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어쩌면 셰에라자드가 왕에게 예전의 마음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던 게 아닐까?

늘 누군가의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어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혹독한 죽음으로 그 죗값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왕으로 하여금 자신을 속인 왕비를 용서하고 본심으로 돌아오라는 셰에라자드의 마음이 담겼을 거 같다.

그녀가 스스로 나서서 왕비가 되고자 한 이유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유 없이 매일 사라져가는 여자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함이 가장 컸으므로.

그냥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해왔던 이야기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 보니 어릴 땐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 속 내용에 담긴 메시지를 해석하는 능력이 생긴 거 같다.

이 책에 담긴 어떤 이야기도 결국 노력 없이 그냥 얻는 것들은 없다.

특히 가진 것을 흥청망청 노느라 다 써버리고 그때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 박대 당하는 아부 하산의 이야기는 남 얘기 같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아부는 사람 만나기를 꺼리지 않는다.

대신 매일 곧 떠날 사람들을 집에 초청해서 저녁을 대접하고 그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미행을 나온 왕을 접대하게 되고 왕은 아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부를 하루 동안 왕으로 만들어 놓는다.

하루 동안 신나게 왕 노릇을 하던 아부는 그것을 잊지 못하고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다.

선의에 의해 베푼 친절도 어쩜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왕의 잘못은 아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하룻밤의 꿈같은 이야기는 결국 아부를 미친 사람으로 만들었으니까.

누군가에게 베푼 선의가 온전한 선의가 아니게 되는 그 상황은 누구의 잘못일까?

다른 나라 동화나 이야기들과는 조금 색다른 이 아라비안 나이트엔 굉장히 현실적인 의미들이 많이 들어있다.

온갖 마법과 우연과 황당한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아련하게 빛나는 현실적 의미들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진정한 읽기라고 말할 수 없을 거 같다.

두터운 완역본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이 아라비안 나이트를 추천합니다.

화려한 삽화가 눈을 더 즐겁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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