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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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도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신화는 미궁과 같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게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읽어가고 있는 이 그리스 로마 신화들은 거의가 번역본이었다.

남의 나라 사람의 생각을 주워 담은 신화 이야기는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달랐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좋은 이유는 내 나라말로 신화를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찰떡같은 비유와 동서양을 아우르는 해석은 여느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읽을거리였다.

 

 

5권의 책 합본으로 이루어진 이 특별판의 두께는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벽돌 책이다.

그 안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얽힌 그림이나 조각상들의 사진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윤기 선생님이 직접 다녀온 유적지의 사진과 그곳에서의 경험담이 담겨 있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에서 다루어지는 전체적인 책의 느낌들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등장인물이 많을 뿐더러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가지를 뻗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은 거의 비슷하다.

유명하거나, 자주 다루는 신화들만 다루다 보니 깊이 없는 겉핥기 식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책엔 이야기의 유래가 담겼고, 각 인물들과의 관계도 잘 설명되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하면 중복되는 이야기들이 있는 점이다.

그것 역시나 앞뒤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합본인 관계로 중복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느낀 이유는 우리말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해박한 지식과 방대한 이야기의 맥을 간추려서 우리 작가가 우리글로 적어 내려간 이 책의 묘미라면 오래전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신화가 결국은 우리에게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연결해 놓은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이윤기 선생님의 해박한 지식이 없었다면 그 근거를 대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 이해의 열쇠가 신화라면 신화 이해의 열쇠는 무엇일까?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는다.

신화라는 이름의 꽃은 장엄하면서도 무시무시하다. 신화가 고대 비극 작가들의 영감을 끊임없이 자극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닫힌 상상력으로는 신화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영감을 받을 수 없다.

21세기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에게 인기가 많은 이야기다.

그건 신이라는 존재가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지만 인간과 다름이 별로 없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지전능한 신들이 하는 짓거리가 모두 인간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음은 인간사에 많은 위로가 된다.

신임에도 당해야 했던 고통들은 많은 인간들에게 영감을 준다.

 

 

최근에 유명세를 치른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원작인 닥터 포스터가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이야기는 이 합본의 제5권에 자세하게 나온다.

자신의 조국을 배신하고 동생까지 죽이며 이아손을 택했지만 결국 그에게 버림받은 메데이아는 자신과 이아손 사이에 낳은 아이 둘을 죽이고, 이아손이 결혼한 코린토스의 공주까지 죽이고 도망친다.

 

제우스는 결혼을 관장하는 여신 헤라의 남편이지만 늘 끊임없이, 물불 안 가리고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매번 걸린다.

헤라는 남편을 벌주지 못하고 제우스의 희생양들에게 벌을 내린다.

여신이 헤라가 이럴진대 인간 여자라고 다를까.

 

 

복잡하고, 끝이 없는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가셨으면 좋았겠지만 우리에겐 5권이 이윤기 선생님이 남겨주신 이야기의 전부다.

좀 더 일찍 이 이야기가 진행되었더라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읽는 즐거움을 누렸을 텐데..

그분의 못다 한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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