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상상력으로는 신화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영감을 받을 수 없다.
21세기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에게 인기가 많은 이야기다.
그건 신이라는 존재가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지만 인간과 다름이 별로 없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지전능한 신들이 하는 짓거리가 모두 인간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음은 인간사에 많은 위로가 된다.
신임에도 당해야 했던 고통들은 많은 인간들에게 영감을 준다.
최근에 유명세를 치른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원작인 닥터 포스터가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이야기는 이 합본의 제5권에 자세하게 나온다.
자신의 조국을 배신하고 동생까지 죽이며 이아손을 택했지만 결국 그에게 버림받은 메데이아는 자신과 이아손 사이에 낳은 아이 둘을 죽이고, 이아손이 결혼한 코린토스의 공주까지 죽이고 도망친다.
제우스는 결혼을 관장하는 여신 헤라의 남편이지만 늘 끊임없이, 물불 안 가리고 바람을 피운다.
그리고 매번 걸린다.
헤라는 남편을 벌주지 못하고 제우스의 희생양들에게 벌을 내린다.
여신이 헤라가 이럴진대 인간 여자라고 다를까.
복잡하고, 끝이 없는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가셨으면 좋았겠지만 우리에겐 5권이 이윤기 선생님이 남겨주신 이야기의 전부다.
좀 더 일찍 이 이야기가 진행되었더라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읽는 즐거움을 누렸을 텐데..
그분의 못다 한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