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젊은 시절을 유추해보면서도 제롬은 그들이 어릴 때 입은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어른으로 살아가면서도, 노인이 되었음에도 어린 시절의 상처는 되돌아오는 부메랑 같다.
제롬 역시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말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걸로 생각했다.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서 그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는 말.
전작 [충실한 마음]처럼 이 고마운 마음 역시 읽고 나서도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이 허공 속에 맴돌았다.
나는 고마움이라는 마음을 얼마나 가지고 살고 있을까?
보이는 고마움이든, 보이지 않는 고마움이든, 표현된 고마움은 과연 얼마나 될까?
단순히 고마운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누군가 내게 해준 모든 행동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충실한 마음을 앞에 두고 생각이 많았다면, 고마운 마음을 앞에 두고는 어딘가로 흐르는 마음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철썩이는 파도처럼 감정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프랑스어로 읽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마다 쓰이는 언어의 차이로 원작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옮길 수 없어서 번역자도 답답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미쉬카의 말이 제롬과 마리에게 이어진다.
그 의미는 그녀를 아끼고, 알았던 두 사람만의 은어가 될 것이다.
"그냥요."
"거마워요."
나의 미래를 엿보는 기분으로 내내 읽었다.
선명하게 그려지는 모습들이 언젠가 내게도 닥칠 일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 같다.
제롬과 마리가 미쉬카를 대하는 그 마음들처럼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언젠가 내게도 제롬과 마리가 곁에 있을까?
고마운 마음.
이 마음이 지닌 의미를 살아가면서 깨우칠 거 같다.
앞으로. 계속...